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71)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71)
  • 경남일보
  • 승인 2016.01.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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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경남문단에 최근 발표된 소설과 수필들(3)
김인배의 장편 역사소설 ‘오동나무 꽃진 자리’는 지난 회에서 소개한 대로 임란 초기 의병장 송빈(1542~1592)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송창-송빈-송정백-송제성’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말하자면 청주송씨 가문의 4대에 걸친 가족사이기도 하면서 조선의 의병사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해설을 쓴 이승하 시인의 글을 바탕으로 줄거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중심 인물인 송빈은 김해 출신으로 절제사 송창의 아들이다. 1592년 4월 14일 왜군에게 부산이 함락되고 다음날 동래가 함락되자 향우인 김득기, 이대형, 유식과 함께 마을 사람 수백을 모아 김해성으로 들어가 부사 서예원을 도와 중군을 맡았다. 북상하던 왜군이 김해성을 에워싸자 여음을 틈타 성 밖으로 게릴라 작전을 감행 왜군 수백을 죽이고 김해와 부산 사이에 위치한 죽도까지 추격하였다. 그러나 다음날인 18일과 그 다음날인 19일, 왜군은 전날의 참패를 설욕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나타난다.

왜군은 성의 높이에 육박하는 높이로 보릿단을 쌓아 성벽을 타고 넘어왔다.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은 군권을 지닌 지방의 다이묘들 간의 권력다툼이 이어지는 동안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그 경험을 축적하고 있었다. 의병은 한평생 농사만 짓던 농사꾼에 지나지 않아 전투력은 천양지차였지만 김해성의 4충신은 의병들을 독려하여 최후 일전을 준비한다. 정오가 되어 항복할 기미가 없자 구로다 장군은 총공격 명령을 내렸고 4충신과 의병 수백은 장렬히 산화했다.

작가는 4월 17일에서 20일까지 나흘 동안의 전투 장면을 실감나게 그린다.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이 나흘 동안의 전투 장면이다. 마치 영화나 텔레비전 사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가 필력을 동원하여 묘사한 박진감 넘치는 김해성 전투는 관군의 지원 없이 싸운 최초의 의병만의 전투였다.

이 소설에서 하나의 눈에 띄는 전략은 주인공의 탄생에 즈음한 세 스님의 방문이 될 것이다. 마치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시 동방박사의 예방을 받는 구도와 같다. 이어 작가의 관점에 있어 어떻게 역사를 보는가에 관한 것이 있는데 작가는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라는 점에 있다고 본다. 이를 역사의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인배 소설에서 죽음의 유형을 눈여겨 보면 각기 특징을 가지고 있어 갈래지워 진다. 송창의 경우는 자연사(自然死)이고 송빈의 경우는 조국을 위해 순국하는 죽음이고, 송정백은 은거하다 죽는 죽음이고, 송재성의 죽음은 평범한 보통 인간으로서의 죽음이다. 인간으로 나서 맞이하는 죽음도 인생관에 따라 다 다르게 드러남을 알 수 있다.

소설에서의 무덤은 죽은 자의 장소이고 그것은 살아 있는 자들의 기억의 장치라는 점을 보여준다. 서두에서 유성이 무덤으로 떨어지는 것이나 스님들이 그 무덤을 확인하고 예언하는 것들은 그런 의미의 맥락을 짚어내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소설가는 많지만 기억할 수 있는 소설을 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김인배 작가는 기억할 수 있는 소설을 쓰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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