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 일흔한 살 꽃다운 무희
[영원한 청춘] 일흔한 살 꽃다운 무희
  • 김송이·전상훈인턴기자
  • 승인 2016.01.28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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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라이프 댄스 매력에 빠진 정연순씨
지독한 기침 감기에 걸렸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기자는 연신 기침을 해 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자 앞에 반팔 티셔츠 한 장만을 걸친 채 땀을 뻘뻘 흘리며 그녀가 나타났다. 나이만 청춘인 약골 기자와 몸도 마음도 진짜 청춘인 정연순씨(71세·평거동)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28일 오전 진주시 평거동 소재 란&락 건강문화센터에서 어른신들이 나이를 잊은 듯 펀-라이프 댄스를 추고 있다. 곽동민기자·전상훈 인턴기자

이번 주 영원한 청춘 기획의 주인공 정연순씨는 벌써 1년째 ‘펀-라이프 댄스’에 빠져있다. 신협에 갔다가 우연히 ‘란엔락 문화예술기획’의 배인선 이사장을 만나면서부터 또 다른 인생을 살게 된 셈이다. ‘펀-라이프 댄스’는 란엔락 문화예술기획팀과 국제대 사회체육학과가 공동으로 개발한 체조로 어르신들의 노인성 질환의 예방 및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동요에서부터 트로트, 민요, 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 벨리 댄스 등 여러 체조 동작을 어르신들이 따라 하기 쉽도록 재구성했다. 매일 아침 열시면 학원에 나와 한 시간씩 체조를 하고 간다는 정씨는 목에 두른 수건이 다 젖을 정도로 많은 땀을 흘린다고 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느라 정신이 없는 그녀였다. 

 

28일 오전 진주시 평거동 소재 란&락 건강문화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나이를 잊은 듯 펀-라이프 댄스를 추고 있다. 곽동민기자·전상훈 인턴기자

“땀을 쭉 빼고 나면 얼마나 기분이 상쾌한지 몰라. 오히려 체조 시작하기 전보다 몸이 더 가뿐해졌다니까. 제일 좋은 점은 평생을 달고 살았던 어깨통증이 지금은 말끔히 사라졌다는 거야. 그리고 체조를 하면서 폐활량도 좋아진 건지 예전엔 낮은 언덕만 올라도 숨이 헐떡거려서 죽을 맛이었는데 이제는 등산도 제법 다닌다니까.”

펀-라이프 댄스에 대해 설명하는 정씨의 목소리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체조를 시작하면서부터 내 건강, 내 신체는 스스로 지킨다는 자긍심이 생겼다고 했다. 또한 체조 동작을 익히기 위해서는 부단히 머리도 써야한다고 강조하며 치매 예방에도 안성맞춤이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 춤이란 걸 춰 본적이 있나. 몸도 뻣뻣해서 동작 하나 따라하는데도 어찌나 쑥스럽던지. 그런데 큰 무대에 몇 번 서 보고나니 이제는 간이 커진 건지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게 춤을 추게 됐어.”

실제로 정씨는 전국 댄스 경연대회, 평생학습관 축제 등 다양한 행사에 참가해 그녀의 춤 실력을 여과 없이 발휘했다고 한다. 아이 넷을 낳아 키우는 동안 먹고 살기 힘들어 그저 아이들 자라는 모습에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왔던 지난 세월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라고 했다. 

 

28일 오전 진주시 평거동 소재 란&락 건강문화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나이를 잊은 듯 펀-라이프 댄스를 추고 있다. 곽동민기자·전상훈 인턴기자

“내 인생의 행복을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서부터 찾는다는 기쁨이 있어. 아이들도 얼마나 좋아하는데. 한번은 벨리 댄스 복장을 갖춰 입고 무대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고 딸아이가 놀라서 방방 뛰더라구. 엄마 춤추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면서 말이야.”

‘아름답다’라는 말 만큼 여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여자로서의 또 다른 삶을 시작한 기분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 정씨를 학원에 바래다주는 일은 남편분의 몫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그녀의 삶을 남편 역시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춤추러 다닌다고 하면 주변 친구들이 걱정을 많이 해. 안 그래도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은데 그렇게 땀 흘려 춤 추고나면 더 병나겠다고. 그런데 절대 아니야. 이제는 내 팔이 등 뒤로 돌아간다니까.”

 

영원한 청춘 정연순 어머님

어깨 결림으로 수년을 고생했다던 정씨는 그자리에서 팔을 꺾어 등을 만지는 모습을 직접 보여준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상상치 못했던 일은 또 하나 있다. 

“지금은 펀-라이프 체조 강사 교육을 받고 있어. 교육이 끝나면 노인정이나 복지관 같은 곳에 가서 내가 배운 체조를 가르쳐드리는 거지.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 된다는 거는 일평생 단 한 번도 꿈꿔보지 못한 일인데 말이야. 여기 다닌 후로 참 많은 것이 달라졌어.”

‘펀-라이프 댄스’를 시작한 이후로 정씨는 학원에 가는 매일 매일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학원이 쉬는 금·토·일요일엔 몸이 근질근질 할 정도라고. 개인사정으로 한 달 정도 학원에 나가지 못했을 때는 되레 몸이 아팠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곳 곳이 아픈 어르신들, 그리고 삶이 무료하다고 느끼는 어르신들에게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한마디를 남겼다.

“일단 나와 봐. 직접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다보면 근심도, 걱정도, 그리고 몸과 마음의 병도 모두 싹 사라질 거니까.”

일흔 한 살 나이에도 충분히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몸소 보여주신 정연순씨, 그녀는 아름다웠다.
글=김송이 인턴기자 사진=전상훈 인턴기자

28일 오전 진주시 평거동 소재 란&락 건강문화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나이를 잊은 듯 펀-라이프 댄스를 추고 있다. 곽동민기자·전상훈 인턴기자
28일 오전 진주시 평거동 소재 란&락 건강문화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나이를 잊은 듯 펀-라이프 댄스를 추고 있다. 곽동민기자·전상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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