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영원한 청춘 기획의 주인공 정연순씨는 벌써 1년째 ‘펀-라이프 댄스’에 빠져있다. 신협에 갔다가 우연히 ‘란엔락 문화예술기획’의 배인선 이사장을 만나면서부터 또 다른 인생을 살게 된 셈이다. ‘펀-라이프 댄스’는 란엔락 문화예술기획팀과 국제대 사회체육학과가 공동으로 개발한 체조로 어르신들의 노인성 질환의 예방 및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동요에서부터 트로트, 민요, 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 벨리 댄스 등 여러 체조 동작을 어르신들이 따라 하기 쉽도록 재구성했다. 매일 아침 열시면 학원에 나와 한 시간씩 체조를 하고 간다는 정씨는 목에 두른 수건이 다 젖을 정도로 많은 땀을 흘린다고 한다.
“땀을 쭉 빼고 나면 얼마나 기분이 상쾌한지 몰라. 오히려 체조 시작하기 전보다 몸이 더 가뿐해졌다니까. 제일 좋은 점은 평생을 달고 살았던 어깨통증이 지금은 말끔히 사라졌다는 거야. 그리고 체조를 하면서 폐활량도 좋아진 건지 예전엔 낮은 언덕만 올라도 숨이 헐떡거려서 죽을 맛이었는데 이제는 등산도 제법 다닌다니까.”
펀-라이프 댄스에 대해 설명하는 정씨의 목소리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체조를 시작하면서부터 내 건강, 내 신체는 스스로 지킨다는 자긍심이 생겼다고 했다. 또한 체조 동작을 익히기 위해서는 부단히 머리도 써야한다고 강조하며 치매 예방에도 안성맞춤이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 춤이란 걸 춰 본적이 있나. 몸도 뻣뻣해서 동작 하나 따라하는데도 어찌나 쑥스럽던지. 그런데 큰 무대에 몇 번 서 보고나니 이제는 간이 커진 건지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게 춤을 추게 됐어.”
실제로 정씨는 전국 댄스 경연대회, 평생학습관 축제 등 다양한 행사에 참가해 그녀의 춤 실력을 여과 없이 발휘했다고 한다. 아이 넷을 낳아 키우는 동안 먹고 살기 힘들어 그저 아이들 자라는 모습에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왔던 지난 세월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라고 했다.
“내 인생의 행복을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서부터 찾는다는 기쁨이 있어. 아이들도 얼마나 좋아하는데. 한번은 벨리 댄스 복장을 갖춰 입고 무대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고 딸아이가 놀라서 방방 뛰더라구. 엄마 춤추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면서 말이야.”
‘아름답다’라는 말 만큼 여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여자로서의 또 다른 삶을 시작한 기분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 정씨를 학원에 바래다주는 일은 남편분의 몫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그녀의 삶을 남편 역시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깨 결림으로 수년을 고생했다던 정씨는 그자리에서 팔을 꺾어 등을 만지는 모습을 직접 보여준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상상치 못했던 일은 또 하나 있다.
“지금은 펀-라이프 체조 강사 교육을 받고 있어. 교육이 끝나면 노인정이나 복지관 같은 곳에 가서 내가 배운 체조를 가르쳐드리는 거지.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 된다는 거는 일평생 단 한 번도 꿈꿔보지 못한 일인데 말이야. 여기 다닌 후로 참 많은 것이 달라졌어.”
‘펀-라이프 댄스’를 시작한 이후로 정씨는 학원에 가는 매일 매일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학원이 쉬는 금·토·일요일엔 몸이 근질근질 할 정도라고. 개인사정으로 한 달 정도 학원에 나가지 못했을 때는 되레 몸이 아팠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곳 곳이 아픈 어르신들, 그리고 삶이 무료하다고 느끼는 어르신들에게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한마디를 남겼다.
“일단 나와 봐. 직접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다보면 근심도, 걱정도, 그리고 몸과 마음의 병도 모두 싹 사라질 거니까.”
일흔 한 살 나이에도 충분히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몸소 보여주신 정연순씨, 그녀는 아름다웠다.
글=김송이 인턴기자 사진=전상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