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온 동네 담벼락에 낙서를 하곤 했다. 쉬는 시간이면 학교 운동장의 모래를 가져와 책상위에 펼쳐 놓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빛이 반사된 벽돌담을 도구 삼아 손가락을 이용해 여러 가지 동물모양을 구사해보는 일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아이들과 어울려 미술수업을 하다보면 자연물을 이용한 수업에 가장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뭇가지를 이용해 여러 곤충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늦가을이면 샛노란 은행잎과 빠알간 낙엽을 주워 와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쓰기를 할 때면 아이들의 눈은 샛별처럼 빛났다. 미술을 통해 마음껏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며 흥미로워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참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1990년부터 화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전문가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고, 색채의 강렬함과 자연소재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호기심을 보였던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화가란 전문분야로 들어서게 한 원동력이 됐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일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했다.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계속 반복한다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하나 조건이 있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일 때만 가능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관찰해 찾아 주면 좋겠다. 그 길로 접어들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은 부모들뿐 아니라 사회교육자들의 역할이라고 생각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자기 주도적이며 창의적인 인재로 커 나갈 수 있다. 미래의 꿈을 마음껏 디자인할 수 있는 자존감 있는 아이, 즉 전문가로서의 기본자질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일만 시간의 법칙’을 따라 전문가로서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주어야 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 힘들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부모들이 원하는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 창의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조언자로서,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정현숙 (화가·송아미술음악영재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