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수목장(樹木葬)의 새로운 전기 마련
[경일포럼] 수목장(樹木葬)의 새로운 전기 마련
  • 경남일보
  • 승인 2016.01.3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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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설이다. 명절마다 온 가족이 모이면 즐거운 마음과 함께 조상을 생각하고 또 조상의 사후를 어떻게 모실까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연로하신 어른이 계시는 집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당신이 먼저 사후에 어떻게 해 달라고 하시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지긋한 연세의 형제들은 부모의 마지막 자리를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얼마 전 저수지 주변 등 수원(水源)함양보호구역 같은 산림보호구역에 수목장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올 1월 29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대도시 인근 산림보호구역에 수목장 설치가 크게 늘 전망이다. 이는 우리 경남지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냐 하면 수원함양보호구역 같은 산림보호구역에는 크고 나이 든 나무들이 많고 또 경관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법의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 또는 자치단체장은 산림보호구역 내 10만㎡, 사설묘원 등은 3만㎡까지 수목장림을 설치할 수 있다.

수목장(樹木葬)은 사람과 나무는 상생한다는 철학적 사고를 기초로 자연으로 회귀한다는 섭리에 근거한 자연장과 유사하다. 사람이 죽으면 화장해 그 골분을 지정된 수목 뿌리 근처에 묻어줌으로써 그 골분을 나무가 흡수하면서 자라게 하여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그 나무와 영생을 함께한다는 의미를 두고 있다. 수목장림은 산림소유자와 수목묘지 관리회사 간 임대계약을 체결해 지정된 나무줄기에는 일련번호를 부착, 1기 분골장소에서 약 90년간 관리함으로써 자연친화적 인간영혼의 휴식공간을 조성해 놓은 임지를 말한다. 이는 좁은 국토를 가진 스위스가 1990년대 창안, 장기간 살아있는 참나무숲을 주 대상으로 해 납골지로 지정 운영하게 된 것이 시작이다.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무덤을 조성하고 난 후 주변에 나무를 심어왔다. 소나무는 왕가에서 심었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 이러한 당국의 제재가 풀리면서 지금 아름드리 소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 곳은 대부분이 무덤 주위다. 그만큼 나무와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남자가 태어나면 소나무를 심었는데 이는 그가 죽을 때 관곽재로 사용하려고 했고, 여자가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오동나무는 빨리 자라 시집갈 때 장을 만들어 쓰기 위함이었다. 아울러 나무는 고대 인류의 표현, 감정, 열정, 애정, 신념과 종교, 두려움, 미신에 대한 상징, 장구한 수명, 다산성을 상징하고 이는 자연숭배의식으로 생명의 나무로 상징된다.

노인 사망자는 2015년 26만명에서 2020년 34만명, 2030년이 되면 45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무덤을 만들 땅도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1960, 70년대 산에 뻥뻥 뚫려있는 무덤들이 보기 흉하고, 산마다 볼록볼록 무덤들이 조성된 공동묘지도 볼썽사납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나무가 묘를 대신하고 또 조상을 대신해서 공원처럼 돼 있다면 그곳은 자연공원과도 같고 더욱이 오랫동안 잘 관리돼 숲이 우거진 수원함양보호구역 같은 산림보호구역에 수목장이 허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조상들이 아름다운 곳에 안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수목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따라서 산림당국과 지자체의 면밀한 협조와 아울러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림보호구역에 대한 수목장 조성계획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요와 관리 그리고 경관성을 제고하는 방안 등 무엇보다 보호구역이라는 산림환경과 어우러진 수목장림 말이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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