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72)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72)
  • 경남일보
  • 승인 2016.02.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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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경남문단에 최근 발표된 소설과 수필들(4)
경남문단에서 최근 발표된 수필집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정목일의 ‘나무’이다. 수필과 비평사 에세이선집으로 나온 책인데 ‘나무 수필 51편’을 선보인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수필 중에서 나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골라 낸 선집으로 읽힌다. 정목일은 우리나라 수필가 중 처음으로 문예지 추천을 받아 등단한 기록 소유자이다. 그는 1975년 1976년 현대문학과 월간문학에 각각 추천을 받아 기염을 토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수필가 중 1970년대 중반 이전부터 활약한 수필가들은 모두 제도권 밖에서 인정을 받고 활동을 해온 수필가들인 셈이다.

그 무렵 정목일은 진주에서 발간된 경남수필동인회 창립 멤버로서 유일하게 중앙 제도권의 신인 추천 과정을 거친 수필가였다. 그 멤버들 중 박민기가 있었는데, 그는 진주에서 발간된 ‘영문’지에 수필가로 추천을 받았는데 당시 설창수 이경순이 주재하던 문예지가 통 크게도 신인을 뽑았었다. 당시의 그 멤버로는 황소부, 정순영, 김인호, 신일수 등이 기간 동인이었다.

정목일은 진주 중안동에서 자라면서 배영초등학교를 다녔다. 그 시절 같이 다닌 친구들이 3사람 문인이 되었는데 신찬식(서울신문), 이영성(시조문학), 정목일(현대문학)이 그들이다. 이들 동기 중에서 사회 저명 인사로는 황산성 전장관이 있는데 황산성은 창원황씨 집성촌인 신풍리의 황남팔 전국회의원의 집안 사람이었다.

수필집 ‘나무’의 서문에서 정목일은 ‘나무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썼다.“나무는 나의 벗이요 스승이다. 대화자일 뿐 아니라 마음 치유사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지만 날마다 성숙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머물러 있지 않고 하늘을 향해 혼신의 힘으로 가지를 뻗어간다. 깨어 있는 성자의 모습이다.”

이렇게 쓴 다음 “나무는 기록자이다. 1년이면 한 줄씩 전과정을 집약시켜 목리문(木理紋)을 남긴다. 연륜이 갈수록 나무는 의젓하고 지혜로와져 간다.”그렇게 쓴 다음 “나무는 시인이요 화가이다.”라고 적는다. 그의 수필은 사색의 기록물이다. 보편적인 사색이요 삶에 있어 곧바로 유용한 의미를 규정해 준다. 나무를 시인이라 하고 화가라 했으니 거기에 따르는 상상은 가히 무변의 지대로 번져나기에 알맞다 할 것이다.

이번 수필집에 실린 작품은 ‘나무 향기’, ‘대나무’, ‘매화나무’, ‘밤나무’, ‘도토리나무’, ‘무궁화나무’, ‘수양버들’, ‘정자나무’, ‘전나무와 느티나무’, ‘배롱꽃과 자귀꽃’, ‘메타세쿼이아나무’, ‘은행나무’, ‘벚꽃나무’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을 소재로 했다. 그리고 나무들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이 많다. ‘나무 치유효과’, ‘뿌리 없는 나무’, ‘죽은 나무의 노래’, ‘5월 나무’, ‘산수유와 차’, ‘소나무와 차’, ‘차와 대나무’ 등에 관한 것들이다.

이러한 소재들을 바라보면서 역시 정목일은 우리나라 서정수필의 견인차라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한다. 서정이 주변의 사물이나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서정수필은 관념 일변도의 베이컨식 수필과 같은 에세이가 아니라 부드러움과 이미지 또는 여성적인 서정을 기반으로 하는 데서 만들어지는 수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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