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세상의 끝
사람은 세상의 끝
  • 경남일보
  • 승인 2016.02.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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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련 (경남교육정보연구원 교육연구사)
서행련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지났다. 가족·친지들과 보낸 즐거운 시간들 뒤엔 진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이럴 땐 잠시 일상을 뒤로하고 나만의 산책길에 나선다.

느릿한 걸음으로 아파트 단지를 나와 봄동 배추가 새파란 텃밭을 지나 내처 강변까지 걷는다. 바람, 햇빛 그리고 하늘이 내 산책길에 동행하는 친구들이다.

나는 최대한 느리게 걸으며 무엇이든 움켜쥐고 싶었던 욕심도 내려놓고, 누군가를 원망했던 그 마음 또한 씻으며 4km, 10리 길을 천천히 걷는다.

강변 가는 길 끝에는 복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 복지원 입구를 스쳐가는 내게 또래로 보이는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운동하는 거야? 열심히 해.”

그녀는 너무도 반갑게 생면부지의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사과 반쪽을 나에게 내밀었다. 오래 쥐고 있었던지 사과는 물컹거렸다.

“잘 갔다 와.”

그녀는 크게 손을 흔들며 복지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눈에 비친 나는 누구일까. 또한 복지원 문 밖에 서서 다른 이들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서 있는 그녀는 누구일까.

매 순간마다 손익을 따지며 인간관계마저 계산하려 드는 우리에게, 그녀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눈앞에 있는 그대로 상대를 대하는 것, 내 필요에 의해 취사선택을 하지 않는 것, 사과 반쪽도 쪼개어 서로 나눌 줄 아는 것….

그녀는 어쩌면 우리보다 더 진화된 별에서 온 사람이 아닐까. 미움이나 질시, 외면과 원망, 따돌림 같은 단어는 아예 없는 세상에서 온 사람이 아닐까.

때때로 우리는 그들을 돕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따뜻한 위로를 받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펼친다.

“사람은 다른 가치의 하위 개념이 아닙니다. 사람이 <끝>입니다.”
 
서행련 (경남교육정보연구원 교육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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