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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홍의 경일시단] 마늘처럼 맵게 (길상호 시인)
곽동민  |  dmkwak@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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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4  19: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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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홍의 경일시단] 마늘처럼 맵게 (길상호 시인)

 
생각없이 마늘을 찧다가

독한 놈이라고, 남의 눈에 들어가

눈물 쏙 빼놓고 마는 매운 놈이라고

욕하지 말았어야 했다

단단한 알몸 하나 지키기 위해

얇은 투명막 하나로 버티며 살아온

나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야 했다

싹도 틔우지 못한 채 칼자루 밑에

닭살처럼 소름 돋은 통 속에서

짓이겨진 너의 최후를 떠올려야 했다

내가 밀어 올렸던 줄기들 뽑혀 가던 날

거세당한 사내처럼 속으로 울던

뿌리들의 고통 잊어버리고

기껏 눈물 한 방울이 무엇이기에

누구를 욕하고 있단 말인가

독하면 독할수록 맛이 나는 게

그런게 삶이 아닌가, 저 마늘처럼

모든 껍질 벗겨지고 난 뒤에도

매운 오기로 버티는 게 삶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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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투명한 껍질 속에 버티어 온 저 독기, 칼등에 짓이겨지는 아픔 속에서도 버티는 저 오기, 한 방울의 눈물을 요구하는 고통의 역할을 안으로 다스리며 맵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한 쪽. 저 단단한 결속의 매운 독. (주강홍 진주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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