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마늘처럼 맵게 (길상호 시인)
[주강홍의 경일시단] 마늘처럼 맵게 (길상호 시인)
  • 곽동민
  • 승인 2016.02.14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강홍의 경일시단] 마늘처럼 맵게 (길상호 시인)

 
생각없이 마늘을 찧다가

독한 놈이라고, 남의 눈에 들어가

눈물 쏙 빼놓고 마는 매운 놈이라고

욕하지 말았어야 했다

단단한 알몸 하나 지키기 위해

얇은 투명막 하나로 버티며 살아온

나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야 했다

싹도 틔우지 못한 채 칼자루 밑에

닭살처럼 소름 돋은 통 속에서

짓이겨진 너의 최후를 떠올려야 했다

내가 밀어 올렸던 줄기들 뽑혀 가던 날

거세당한 사내처럼 속으로 울던

뿌리들의 고통 잊어버리고

기껏 눈물 한 방울이 무엇이기에

누구를 욕하고 있단 말인가

독하면 독할수록 맛이 나는 게

그런게 삶이 아닌가, 저 마늘처럼

모든 껍질 벗겨지고 난 뒤에도

매운 오기로 버티는 게 삶이 아닌가

-------------------------------------

* 저 투명한 껍질 속에 버티어 온 저 독기, 칼등에 짓이겨지는 아픔 속에서도 버티는 저 오기, 한 방울의 눈물을 요구하는 고통의 역할을 안으로 다스리며 맵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한 쪽. 저 단단한 결속의 매운 독. (주강홍 진주예총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