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이야기
고구마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02.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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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달연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
 최달연
“메꽃과의 다년초로서 줄기는 땅 위로 길게 뻗고 땅 속 뿌리의 일부가 살이 쪄서 뿌리를 이룬다. 그 덩이뿌리는 달고 전분이 많아 식용이나 공업용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조선시대에 대마도로부터 들어온 것은 무엇입니까? ”

사회자의 질문에 “고매!”라고 했다가 “정답은 표준어로 해야 합니다. 힌트를 드리면 세 글자입니다.”라는 사회자의 말에 다시 자신 있게 “물고매”라고 답해 1등을 못한 안타까운 이 이야기는 30여 년 전, 모 방송사에서 진행했던 부산경남지역 중학생 장학퀴즈에서 있었던 고구마에 대한 유명한 에피소드다.

우리 경남 지방은 ‘고구마’보다 ‘고매’라는 단어가 더 친근하고, 거기에 ‘물고매’라는 복합어가 주는 달콤함은 입안에 침까지 고이게 한다. 내가 어릴 적 고구마는 집집마다 심어 창고에 쌓아두고, 겨울 내내 간식으로 먹던 흔한 농작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요즘 고구마는 그때와 확연한 신분차이가 생겼음을 알 수 있다. 고구마 가격이 비싸진 것은 물론이고, 과일가게에서 과일과 같이 대접받을 만큼 고급이 되었다.

고구마의 변신, 다시 말하면 고구마가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이 변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사계절 최고의 간식으로 자리를 굳힌 고구마는 호박, 당근과 함께 폐암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3대 적황색 채소로 꼽히기도 한다. 또 위와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피를 맑고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오장을 튼튼하게 해 준다. 그리고 고구마는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껍질에 섬유질, 카로틴과 항산화 물질이 많이 들어 있고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도 들어 있어 소화가 잘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변비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조명받고 있다.

일본 최고의 장수촌 오키나와 오기미 마을은 40~50년 전부터 고구마를 주식으로 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의 허밍턴 포스트에 브로콜리 등과 함께 10대 슈퍼 푸드와 우주식품으로 선정되었으며, 청나라 건륭황제는 인삼보다 좋다고 하여 ‘토인삼’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옛날 긴 겨울밤 이면 아궁이에서 나무 타는 내음과 구수하게 고구마가 익어가는 소리에 묻어 두었던 군고구마를 꺼내 호호 불며 동치미 국물과 함께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새삼 그리워진다. 그때 그 고구마가 그리워지는 건 마음이 고파서다. 노오란 속살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의 맛이 혀끝에 감도는 저녁, 아궁이 대신 오븐에라도 구워 그리움을 삼켜야겠다.


최달연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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