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애물단지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
[객원칼럼] 애물단지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
  • 경남일보
  • 승인 2016.02.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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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세계 최고의 문화관광도시 중 하나인 스페인 빌바오의 신시가지에는 ‘알론디가’라는 이름의 명소가 있다. 과거 포도주 저장고였는데 건물내부를 대담하고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리모델링해 시민을 위한 매력적이고 혁신적인 종합문화레저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이곳이 최근에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끈 것은 그 이름이 ‘아즈꾸나 센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개명의 목적은 작년에 작고한 아냐까 아즈꾸나 전 시장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그는 1999년부터 약 15년간 재직했고, 빌바오의 새로운 상징이 된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사업의 핵심인물로 시민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은 인물이다.

빌바오는 19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선박제조 및 철강산업의 부강한 산업도시로 발전했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는 산업구조 변화로 쇠퇴, 도시경제는 엉망이 됐다. 실업률이 30%를 웃도는 초유의 사태를 타파하기 위해 시는 3차산업으로의 변환을 추구했고, 그 일환으로 ‘뉴욕구겐하임미술관 유럽분점’을 유치하고자 했다. 아즈꾸나씨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이 사업 및 도시재생 전체를 총괄했던 기획가였고,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먹고 살 것도 없는 판에 엄청난 돈을 무슨 문화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냐고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갔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쳐 개관된 미술관은 오늘날 연간 1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아즈꾸나씨는 이에 대한 공적으로 시장으로 추대됐고 2012년에는 영국의 세계적 인터넷 통신사로부터 세계 최고의 시장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은 2005년도에 건립기공식을 개최, 2009년에 지역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개관됐다. 하지만 기대하는 달리 매년 4억원 이상의 적자경영을 기록하는 애물단지로 변하고 말았다. 이는 애초부터 계획과 기획이 잘못된 것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세계 각 지자체가 박물관을 앞다퉈 짓는 데는 관광대중화를 유도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박물관은 전시적 기능을 상대적으로 축소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종합문화센터, 상업공간, 지역의 관광장소 등으로 변모해 왔다.

이럼에도 유독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은 유물의 전시 및 보존이라는 근대이전의 박물관 개념에만 머물러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나 학생들이 제한적으로 찾아오는 한산한 곳이 돼 막대한 유지관리비만 잡아먹는 하마가 됐다. 박물관의 위치 및 대지 선정도 잘못 예견된 것이었다. 워낙 외진 곳에 있다 보니 공공교통의 연결이 전무한 것은 물론이고 자가용으로 가기도 쉽지 않다. 또한 부지가 상수원 및 야생생물 특별보호구역인 진양호에 인접한 공원구역 내에 있어서 건축 및 상업적 행위가 극도로 제한돼 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활성화 방안의 발굴은 물론이고, 매각이나 다른 용도로의 변환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만을 탓하지 말고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한산하기만 한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에 구겐하임처럼 구름떼 관중이 몰려들 날을 꿈꾸어 본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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