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말발굽에 꽃향기가 묻어온다.
달리는 말발굽에 꽃향기가 묻어온다.
  • 경남일보
  • 승인 2016.02.17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행련 (경남교육연구정보원)
서행련

옛 선조들은 봄이 오는 것을 ‘달리는 말발굽에 꽃향기가 묻어온다’라고 적어 놓았다.

지금처럼 직설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고도 우리의 선조들은 이렇듯 봄의 역동성을 표현할 수 있었다. 여백이 깊이 들어있는 문장, 달빛처럼 차분하고 은은한 표현으로도 봄을 맞는 기쁨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인터넷에서 우리 아이들이 쓰는 말은 국적 없는 외래어에 다름 아니다. 자고 나면 어느새 새로 만들어지는 유행어들. 그러나 정작 그 말의 유통기한은 나날이 짧아진다. 더욱더 자극적이고, 더욱더 강렬하기 위해 아이들은 단어를 해체하고 문법을 파괴한다.

말에도 뜸 들이는 시간이 있다면, 혹시 우리의 언어생활이 좀 더 차분해지고 덜 공격적이 되지 않을까.

10대의 손자와 70대의 할아버지가 지금처럼 똑같은 한국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가 하는 말을 ‘안 통한다, 버릇없다’ 등으로 귀결되는 불평은 조금씩 없어지지 않을까.

오직 효율만을 위해 축약된 분절음들이 자음과 모음의 본래 제 기능을 되찾아 ‘말(言)다운 말(言)’이 사용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 나가야 한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 더 배타적이 되는 언어생활은 결국 세대 간의 단절을 심화시킬 뿐이다. 또한 아름답게 만들어진 그 고운 형용사와 고유명사들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면 우리는 정작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샛노랗다, 높푸르다, 불그스름하다….’

외국어로는 절대로 번역될 수 없는 이 말들은 바로 우리의 혼이고, 유산이다.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들 속에 얼마나 많은 지혜와 해학이 들어 있는가를 오늘도 인터넷상에 새로 나온 말의 뜻을 찾아 헤매는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서행련 (경남교육연구정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