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행련 (경남교육연구정보원)
옛 선조들은 봄이 오는 것을 ‘달리는 말발굽에 꽃향기가 묻어온다’라고 적어 놓았다.
지금처럼 직설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고도 우리의 선조들은 이렇듯 봄의 역동성을 표현할 수 있었다. 여백이 깊이 들어있는 문장, 달빛처럼 차분하고 은은한 표현으로도 봄을 맞는 기쁨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인터넷에서 우리 아이들이 쓰는 말은 국적 없는 외래어에 다름 아니다. 자고 나면 어느새 새로 만들어지는 유행어들. 그러나 정작 그 말의 유통기한은 나날이 짧아진다. 더욱더 자극적이고, 더욱더 강렬하기 위해 아이들은 단어를 해체하고 문법을 파괴한다.
말에도 뜸 들이는 시간이 있다면, 혹시 우리의 언어생활이 좀 더 차분해지고 덜 공격적이 되지 않을까.
오직 효율만을 위해 축약된 분절음들이 자음과 모음의 본래 제 기능을 되찾아 ‘말(言)다운 말(言)’이 사용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 나가야 한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 더 배타적이 되는 언어생활은 결국 세대 간의 단절을 심화시킬 뿐이다. 또한 아름답게 만들어진 그 고운 형용사와 고유명사들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면 우리는 정작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샛노랗다, 높푸르다, 불그스름하다….’
외국어로는 절대로 번역될 수 없는 이 말들은 바로 우리의 혼이고, 유산이다.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들 속에 얼마나 많은 지혜와 해학이 들어 있는가를 오늘도 인터넷상에 새로 나온 말의 뜻을 찾아 헤매는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서행련 (경남교육연구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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