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국립공원 안전점검
[경일포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국립공원 안전점검
  • 경남일보
  • 승인 2016.02.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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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차관)
“얼마든지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한 책임은 일을 당한 뒤 어떤 행동을 취했느냐가 아니라, 예방 조치 마련에 태만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된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 재해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기온이 1.5℃ 상승했다. 이와 같이 급속한 기온상승은 국지성 호우, 태풍, 한파 등 자연 재해로 인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증가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8월 설악산 흘림골에서 발생한 사고를 포함하여 최근 5년간 국립공원에서 17건의 낙석 피해가 발생했다. 설악산 흘림골 낙석사고는 현장 직원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역에서 일어났다. 설악산 등산구간의 노령화와 기상변화에 의한 천재지변의 성격이 강한 사고이지만 이번 낙석사고를 보면서 조프스키가 강조한 예방 조치의 중요성이 새삼 떠올랐다.

조선시대 말, 설날 풍속의 하나로 우리 선조들은 토정비결을 보며 가족들에 대한 한 해의 행운과 불운을 점쳤다. 토정비결에는 “물가에 접근하지 마라. 뜻밖의 불행이 우려된다.”, “모든 일을 조심하라. 마침내 좋은 일이 따른다.” 등 금지나 경고를 나타내는 구절들이 많다. 이는 신중을 기하라는 금언(金言)이라 생각된다.

환경부는 2월 15일부터 4월 30일까지 환경분야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연간 4,500만명 이상이 찾는 국립공원은 험난한 산악 지형이 많아 자연 재해와 안전사고에 취약한 곳이다. 따라서 환경부는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일부 지자체와 함께 급경사지, 탐방로 등 4,671곳에 대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을 신조 삼아 안전점검에 매진하고 있다.국립공원 안전점검 결과, 정비가 시급한 사항은 즉시 조치하고, 추가 점검이 필요한 사항은 민관합동으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여 그 결과에 따라 정비를 추진할 것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한 번의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작은 사고 이전에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300번의 사소한 전조(前兆)가 나타난다. 즉 큰 사고와 작은 사고, 그리고 사소한 징조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것이다. 소래철교는 1999년에 정밀진단 결과 D급 판정을 받은 위험시설이지만 지자체간 이견으로 방치됐었다. 그러나 정부의 재난전조정보 관리를 통해 2010년 2월 11일 통행을 금지한 덕분에 보름 후 철교 교각기초가 붕괴됐음에도 인명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또한 해빙기, 폭설, 한파을 국립공원 내 위험한 탐방로를 통제하고, 급경사지와 낙석 위험지구는 안전한 우회 탐방로의 설치를 검토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다. 자연 재해와 안전사고에 대한 과학적 예측과 예방을 위해 이상 기상변화에 따른 국립공원 진단과 관리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옛 조상들은 산에 갈 때 ‘온 몸으로 자연과 교감하며 유유자적하게 천천히 걷는다’는 의미의 산행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안전을 뒷전으로 한 채 무리하게 정상을 정복하는 등산문화도 개선이 필요하다. 환경부의 재난·안전 관리 노력과 더불어 산행의 의미에 걸맞은 탐방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이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자아를 성찰하면서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국립공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연만 (환경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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