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 축구하는 60대 '젊은 오빠'
[영원한 청춘] 축구하는 60대 '젊은 오빠'
  • 정희성
  • 승인 2016.02.17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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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만병통치설'로 미소짓는 조영구씨
▲ 17일 오후 사천시 사천읍 정의리 소재 사천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진주FC팀이 사천 실버FC와 친선 경기를 하고 있다.전상훈 인턴기자


“여기~여~~기, 패스~~”, “야~~거기서 때려야지. 그렇지”, “놔 줘야지~~빨~~~리 아!!(탄식)”

지난 17일 오후 1시 따스한 햇살이 비췄지만 아직은 쌀쌀함이 느껴지는 사천종합운동장 보조구장이 쩌렁쩌렁한 고함소리로 가득 찼다.

헛발질에 스텝은 자주 꼬이고, 동료의 롱패스를 쫓아가는 게 버거워 보이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메시나 호날두 못지않은 진주, 사천의 60대 젊은 오빠들이 이 날 사천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친선경기를 펼쳤다. 어떤 선수는 백발을 자랑(?)하며 경기장을 누볐다.

60대로 구성된 진주FC와 사천60대 실버FC의 경기는 치열했다. 두 팀을 통틀어 최고령자인 조영구(69)씨도 수비수로 나섰다.

그는 진주FC 쓰리백 전술에서 왼쪽 수비를 맡았다. 안정된 수비와 함께 과감한 오버래핑을 선보였지만 1쿼터(25분) 막판 상대팀에게 1골을 허용했다. 1쿼터 종료 휘슬이 울리고 경기장을 빠져 나오는 조씨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4쿼터로 진행된 이 날 경기에서 그는 50분을 소화했다.

경기를 마친 그를 만났다. 굵은 땀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얼굴에는 상쾌함이 엿보였다. 장갑으로 땀을 슥 닦고 물을 한 모금 들이 킨 조씨는 “축구할 때가 제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0대부터 축구를 해 온 그는 몸이 아파 잠시 축구를 그만두기도 했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다시 축구를 시작했고 고지혈증 등 잔병치레도 없어졌다.

월, 수, 금, 토요일까지 진주FC는 일주일에 네 번 이상 공을 찬다. 사천, 함안 등 원정경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지 이들은 건장한 20~30대 못지 않은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딱 붙는 상의 유니폼에도 ‘똥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축구를 하면 기분이 좋아져. 동료들과 함께 운동장을 누비는 것도 즐겁지. 아직은 체력이 쓸만해(웃음). 그리고 더 좋은 게 하나 있어. 경기가 끝나고 동료들이랑 어울려 마시는 막걸리 한잔이 최고지~”

진주FC 정정규 감독은 “우리 클럽 선수 중에 영구 형님이 최고령자죠. 여기는 나이가 60~69세인 선수만 있어요. 나이는 제일 많지만 가장 열심히 뛰고 부지런하다”고 조영구씨를 평가했다.

 
▲ 조영구(오른쪽)씨와 진주FC 동료 선수 전상훈 인턴기자


쉬는 쿼터시간에도 조씨의 눈은 항상 경기장을 향했다. 이제 갓 60살이 된 상대팀 선수를 보며 “나도 저 나이 땐 날아다녔지”라며 웃음 지었다.

좋아하는 선수나 팀이 있냐는 질문에 조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보는 것보다 직접 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나 팀은 없다”며 “축구는 다른 운동에 비해 돈도 많이 안 들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어 좋다”며 축구예찬론을 펼쳤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 몸을 완벽하게 풀지 않은 탓인지 경기 중 몇 명이 부상을 당했다. 교체선수를 보며 “운동도 중요하지만 안 다치게 뛰는 게 제일이다. 다치면 말짱 꽝이다”며 “안 다치고 몸관리를 잘해서 70이 넘어서도 계속 공을 찰 계획”이라고 조씨는 말했다.

일흔이 되면 실버FC로 팀을 옮겨야 한다.

“70이 넘은 분들도 한 30분은 공을 계속 찬다. 즐거운 인생이지”

조씨는 끝으로 한 가지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나이가 들면 병이 들고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게 순리다. 하지만 축구나 운동을 하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병원에 갈 필요가 없어진다. 나이든 사람들이 운동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운동시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자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양 팀이 인사를 마치고 축구공 등 장비를 챙겼다. 그리고 기념촬영을 했다. “파이팅”을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는 2시간 전 처음 모였을 때보다 더 우렁찼다.

글=정희성기자·사진=전상훈인턴기자

 
▲ 17일 오후 사천시 사천읍 정의리 소재 사천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진주FC와 사천 실버FC의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상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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