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자녀행복과 부모교육
[경일시론] 자녀행복과 부모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6.02.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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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학생처장)
우리사회의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가 행복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인지, 그리고 우리나라 학생들은 얼마나 행복한지 등 행복과 관련된 많은 책과 연구가 넘쳐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행복하지 않고 각박하기 때문에 반작용으로 이런 각성을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행복과 건강비결에 대한 많은 연구 중에서 최근 우리의 관심을 끄는 연구결과가 나타났다. ‘하버드 성인발달연구’라고 하여 75년간 진행된 연구결과인데, 하버드대학교 의대에서 실시한 이 연구는 1938년부터 10대 남성 두 그룹, 총 724명의 인생을 추적해 왔다. 현재 살아남아 있는 사람이 60여명 되고 대부분 90대 나이가 됐는데, 한 그룹은 하버드대 2학년생들이고 다른 그룹은 보스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청소년들이었다. 그들은 성인이 돼 공장노동자, 변호사, 벽돌공, 의사 등으로 각계각층에 들어갔고 그 중 1명은 대통령이 되기도 했고, 또 일부는 알코올 중독자도 있었다.

인간에게 좋은 삶을 위해 추구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한 연구팀의 결론은 한가지였다고 한다. 즉 좋은 관계가 행복과 건강을 지켜준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가족, 친구, 지역사회와 관계가 좋은 사람일수록 행복하게 오래 산다는 결론을 얻었다. 외로움은 독약이 돼 불행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과 뇌기능도 일찍이 중년부터 쇠락하게 하고, 애정이 없고 갈등이 심한 결혼생활은 개인 건강에도 해악을 끼치기 때문에 이혼하는 것보다 더 해롭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구결과가 자녀교육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모든 부모는 자녀가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갈망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한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부모가 위의 연구에서 주는 시사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는 자녀가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극단적인 예로, 며칠 전 뉴스에서 엄마가 초등학생을 새벽까지 심하게 공부시키는 일 때문에 남편과의 의견충돌로 이혼사유가 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행복과 건강의 비결이 좋은 관계유지라면, 부모는 먼저 자녀와의 좋은 관계유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부부간의 좋은 관계가 선행돼야 한다. 자녀가 부모를 통해 가장 먼저 배우는 인간관계는 부모님의 사이가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방향을 잡기 때문이다. 즉 부부간에 갈등이 있고 소원한 관계를 보이면 자녀들은 부모님을 보면서 인간관계는 갈등과 소원한 관계가 정상이라 생각할 것이고, 부부간에 화목하고 다정한 관계를 보이면 인간관계는 본래 화목하고 다정한 관계라고 생각하며 이를 모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아이 뒤에는 항상 문제부모가 있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이는 자녀가 항상 부모를 보고 본받고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의 행복, 즉 자녀의 성공적인 삶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먼저 부부관계를 화목하게 만들고, 다음으로 자녀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 자녀들이 다니는 유아교육기관이나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부모교육이 활성화돼야 하고, 자발적으로 부모교육에 참여해서 가족 간의 좋은 관계를 형성할 때 자녀행복과 함께 가족행복이 뒤따를 것이다. 모쪼록 부모교육의 활성화로 자녀행복이 만들어지는 사회를 기대한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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