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무형문화재 등재를
세계문화유산 무형문화재 등재를
  • 경남일보
  • 승인 2016.02.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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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희 (시인·한국시조문학관 사무국장)
‘가난도 때 이르면 부귀보다 사치롭고/한 고개 넘어서면 극락같이 열린 하늘/그 하늘 별 뜨는 가난 맨발로 우러러 서리.’

통영출신이며 진주에서 작고하신 박재두 시인의 ‘어떤 가난’이란 시조다. 가난을 부귀보다 사치롭다 여기며 맨발로 우러러 서리라는 시인의 격조 있는 작품을 오늘 다시 읽어본다.

내가 시조를 쓴다 하면 사람들은 시와 시조가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다. 시조는 3장6구12음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는 정형시라는 것이다. 그러나 주제나 소재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자유시와 차이가 없다.

시조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학 장르다. 자유시가 서양에서 들어온 데 비해 시조는 신라 향가에 연원을 두고 현재까지 흘러온 우리 고유의 것이다. 중국의 한시는 잘 알아도 우리의 시조는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다. 교과서에서 고시조를 배운 사람들은 시조가 갖고 있는 운율에 익숙해서 현대시조 쓰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느 시인이 미국 모 대학에서 한국문학에 대해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자유시를 이야기할 때 무관심하게 듣던 사람들이 우리의 시조에 대해 이야기하자 눈을 빛내며 많은 질문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의 짧은 단가인 하이쿠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어 시험문제에도 나올 정도로 하이쿠를 쓰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시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국력의 문제일 수 있고 노력 부족일 수도 있지만 우리 고유의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나라의 정신문화를 가늠하는 척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조문단에서는 지금 시조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고 노력 중이며 오래전부터 세계 각국어로 번역본도 출간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고인이 되신 사천의 박재삼, 통영의 김상옥, 고성의 서벌 시인 등 내로라하는 시조시인들이 주옥같은 작품들을 써서 현대시조의 맥을 이어 왔으며 현재 전국의 많은 시조시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내 고향 남쪽바다 저 파란 물 눈에 보이네….’라는 이은상의 시조를 전 국민이 노래로 불러온 것처럼 시조가 일상 속에서 누구라도 쓰고 흥얼거리며 낭송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손영희 (시인·한국시조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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