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대학 총장 선출과 바람직한 총장상(象)
[경일포럼] 대학 총장 선출과 바람직한 총장상(象)
  • 경남일보
  • 승인 2016.02.2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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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 (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몇 년 전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라는 지적에 대하여 ‘교육부가 망해야 대학이 산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회자됐다. 전자는 대학교육의 구조적·내부적 문제를 대변한 것이라면, 후자는 교육부의 구시대적 관행과 방만한 교육행정, 그리고 지나친 간섭주의에서 기인된 것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대학총장 선출은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하거나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 선정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총장 선출에 관하여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며 총장 선출권을 고집하는 반면, 교육부는 대학 예산지원과 행정규제라는 칼자루를 쥐고 전국 40개 국립대에 간선제에 대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총장 직선제를 시행해온 많은 대학에서 선거 때마다 구성원들이 사분오열되고 반목과 갈등의 선거 후유증으로 대학발전의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보직의 입도선매(立稻先賣) 등 리더십 부재로 학교행정이 겉돌았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총장 직선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지난날 정부와 교육당국의 간섭과 통제로 인한 정실과 파행으로 얼룩진 대학의 명예와 권위를 회복하고자 하는 상징에서 출발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둘의 주도권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사나운 이전투구는 끝내고, 대학사회에 진정 필요한 총장이 선출될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육판서가 삼정승 하나를 못 당하고, 삼정승이 대제학 하나를 못 당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사회는 명예와 학문적 성과를 낸 ‘학자형 총장’이 존경을 받아 왔다. 그러나 21세기 정보화 사회와 함께 ‘고도화, 융합화, 세계화’ 등 학문의 실용적 변화에 맞춰 대학도 변화와 개혁이 요구된다. 따라서 대학의 장은 단순히 조직의 대표자 역할에서 조직을 관리하면서 변화와 적응을 통해 성숙과 발전을 이끌어갈 전문경영인의 역할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최근 대학들, 특히 지방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첫째, 지역적인 특수성에 따른 대학 간 통폐합과 수급논리에 의한 대학 자체의 존폐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대형화를 지양하고, 지역과 대학 자체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갖춘 특성화된 강소대학으로 자생력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내부 권위와 질서 상실 및 자기혁신이다. 총장 권위에 대한 정면적인 도전과 구성원들 간의 내부갈등 등 끝임 없이 제기되는 불협화음을 잠재울 수 있는 자기희생적 지도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내부역량 실추에 따른 자기혁신의 문제는 대학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뼈를 깎는 아픔의 구조개혁을 감내해야 한다. 학생 수 감소, 구조조정과 특성화, 그리고 국제경쟁력 강화 등 급변하는 대학환경에 순응할 수 있는 교수사회로 만드는 것도 최고책임자의 몫이라 하겠다.

끝으로 대학과 학문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재정확보 문제이다. 오늘날 모든 대학들이 추구하는 연구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등록금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재정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필요성은 지방대학으로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교육부가 쥐고 있는 대학의 아킬레스건이 아닌지 모르겠다. 대학도 이제 학자형 총장은 물론 세계화 속에서 무한경쟁과 급변하는 상황변화에 적극적이면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대학발전을 도모할 총장이 선출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부는 대학에 자율권을 주어야 할 것이며, 대학도 더 이상 사분오열과 독선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이웅호 (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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