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기형아를 낳는다는데요?
[객원칼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기형아를 낳는다는데요?
  • 경남일보
  • 승인 2016.02.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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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원준 교수
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기사가 연일 보도되면서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과 그 가족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산부인과 외래를 방문하는 임산부들은 불안해하며 많은 질문을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기형아를 낳는다는데요?”, “바이러스에 한번만 감염되더라도 소두증 아기를 낳게 되나요?”, “우리나라는 안전한가요?” 등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이러스 감염은 기형아를 유발할 수도 있지만 모든 바이러스가 기형아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며 감염시기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국제학계에 보고된 태아기형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폐렴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거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CMV)나 단순포진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등에 감염되거나 매독, 톡소플라즈마증(Toxoplasmosis·일종의 기생충) 등에 걸려도 소두증 등을 포함한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 대부분의 기형아는 임신 중 발견되거나 자연 유산돼 자연도태되며, 발견되지 않는 경우 약 7~8% 기형아로 출산된다.

요즘 중남미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에 대해서 알아본다. 최근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중이며 현재 감염자수가 월등히 높은 곳은 브라질 등으로 바이러스를 옮기는 원인으로 이집트 숲모기로 알려져 있다. 감염이 되면 증상은 발열, 두통, 눈 통증, 근육통, 구토 증세, 피부 발진 등이 나타난다. 바이러스로 인한 발병이나 증상은 일정 기간 이후 대부분 완치된다.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한 사례는 아직 없지만,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현재 세계적으로 문제되고 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산부가 모두 소두증 아기를 낳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으며,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1주일 정도 지나면 바이러스는 핏속에서 사라지는데 이후에 임신하면 소두증 위험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소두증은 신생아 1만 명당 1.5명 정도에서 진단되며, 머리 크기가 해당 연령의 하위 3% 미만인 상태를 말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평균 머리둘레는 34~37cm 정도이지만, 소두증 아기는 32cm 미만으로 얼굴보다는 이마·뒤통수 부위가 특히 작다.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과 상당히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어떻게 바이러스가 태반을 뚫고 들어가 태아 두뇌를 손상시키는지 등 발병 기전이 밝혀진 것은 없다. 모든 소두증 환아에서 정신장애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장애가 나타날지 예견하기 힘들고 뚜렷한 치료법이 아직 개발돼 있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적으로 해외여행의 수요가 크게 감소됐고, 가톨릭 국가인 중남미 국가에서조차 낙태를 허용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니 가히 공포 확산이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임신 계획을 하고 있는 여성 혹은 임산부 및 노약자라면 해외여행을 자제해야 하며, 모기가 번식할 수 있는 주위 환경을 없애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만일 감염이 의심되면 공인된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할 것이며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건강한 아기 출산을 위해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기형아 발생을 걱정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계획된 임신을 통해 약물복용 금지, 방사선 노출억제, 화학물질의 노출방지 등이 필요하며 술, 담배, 커피, 카페인 등을 억제하고 균형 있는 식사, 충분한 휴식을 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최원준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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