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와 '귀향'
'동주'와 '귀향'
  • 경남일보
  • 승인 2016.03.0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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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희 (시인·한국시조문학관 사무국장)
손영희
요즘 두 편의 영화가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주’와 ‘귀향’이다. 영화관에 두 편이 나란히 걸려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흥행이 되지 않는 영화는 상영관 찾기 어려운 것이 요즘 현실이어서 과연 진주에서 영화를 볼 수 있을까 했던 것이다. 영화를 보러 부산까지 원정 갔던 일도 있다. 많은 스크린을 갖고 있는 부산에도 예술영화관이 딱 한 곳 뿐이다. 독과점 논란이야 오래전부터의 일이지만 자본주의 논리로만 생각하는 영화계가 참 씁쓸하다.

저예산 영화에 흑백영화, 상업적으로 흥행이 되지 않는 조건을 두루 갖춘 두 영화가,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개봉이 불투명했지만, 관객의 힘으로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항진 중이다. 인터넷 여기저기에 ‘꼭 봐야할 영화’라는 글로 힘을 실어준 관객들의 열망이 스크린 수를 늘리게 하고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이준익 감독이 저예산으로 힘겹게 완성한 ‘동주’와 기획 14년 만에 조정래 감독이 완성한 ‘귀향’, ‘동주’는 ‘자화상’, ‘별 헤는 밤’으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윤동주 시인과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송몽규, 28살 두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 두 사람이 한 사람은 시(詩)로, 또 한 사람은 독립운동으로 시대에 저항했으나 젊은 나이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 시대 청춘들의 아픔을 형상화했다.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였던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감독은 할머니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고향에 보내드리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투자를 받을 수 없어 7만 5270명의 개인 후원자들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다고 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려고 줄을 서고 있다. 왜 그랬을까. 왜 사람들은 ‘동주’와 ‘귀향’에 조용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역사는 그것이 아무리 치욕스럽고 부끄럽다 해도 보듬고 곰곰이 되씹어보며 반성할 건 반성하고 배워야 할 건 배워야 하는 그 무엇이다. 영화를 보면서 알 수 없는 죄스러움과 안타까움으로 먹먹해진 가슴을 쓰다듬어야 했다.
손영희 (시인·한국시조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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