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뉴스]시계 되감기 1994년 3월
[복고뉴스]시계 되감기 1994년 3월
  • 김귀현
  • 승인 2016.02.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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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해 전 우리 사는 이야기, 세대 공감 시리즈
※이 기사는 1994년 3월, 경남일보 지면에 실린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생수 시판 허용…마실물 사고 판다
1994년. 생수 개발이 시작된 지 20년 만에 보건사회부가 시판이 금지되어 온 생수의 국내 판매를 공식 허용할 방침을 알렸다. 지난 88 서울올림픽 당시에는 정부가 올림픽 기간 중 외국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잠깐 허용한 바 있다. 지천에 널린 물을 용기에 담아 팔던 ‘현대판 봉이 김선달’ 등장의 서막이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서 근거 법률은 즉시 폐지됐고, 생수 판매업자들은 졸지에 범법자 신세로 전락했다. 이에 생수 판매 허용을 요구하는 소송이 줄기차게 이어지면서 헌법재판소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듬해부터 슈퍼와 백화점 등에서도 다양한 용기에 든 마실물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도내에서 수출 목적으로 생수 생산 허가를 받은 곳은 3곳. 한편 수원지 개발을 두고 환경 파괴 지적도 높은 상황이었다. 창원군에 거주하는 이일화(48·여)씨는 “생수를 사다 먹는 것이 수돗물 끓여 먹는 것보다 편하기야 하겠지만 그 물은 어디서 얻나”며 “깨끗한 지하수가 나는 곳이나 지리산 일대는 오염이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995년 ‘먹는물관리법’ 제정을 통해 생수 판매를 합법화했습니다. 먹는물관리법에 따르면 ‘먹는 샘물’은 암반대수층 내 지하수, 용천수 등 수질의 안전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자연 상태의 깨끗한 물을 먹는 용도로 물리적 처리한 것을 뜻합니다. 또한 보건사회부는 1994년 12월 보건복지부로 개편됐습니다.

치열한 내신 경쟁 일선 학교 골머리
“어느 회사 이사의 아들이 ‘우’가 나온 것을 교감이 직접 ‘수’로 고치고 도장을 찍었습니다.” 수능시험을 8달 앞두고 고교 교사 8명이 서울 강남경찰서로 몰려들었다. 비리와 성적조작에 이르는 부정이 있었으며 교장이 지시했다는 믿을 수 없는 진술이 쏟아졌다. ‘상문고 비리’ 여파로 내신성적 40%를 골간으로 한 대입제도에도 제동이 걸렸다. 특히 주관식 문제 출제를 두고 학부모들의 관심과 항의가 집중됐다. 주관식 기피 현상도 두드러져 객관식이나 단답 형식으로만 문제를 내겠다는 교사들도 부쩍 늘었다. 때문에 교실에서는 무조건 외워야 한다는 천편일률적인 지시만 들리고 있다. 때아닌 암기력 테스트에 “사고력과 논리력을 향상시키겠다”던 교육부의 방침은 물거품이 된 셈이다. 이에 진주 지역 한 고교 교사는 “지난 학기 기말고사 때는 주관식 문제 채점일 종일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며 “작문 수업은 커녕 주관식 문제 하나 출제하기가 두려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1994년 3월 14일 ‘상문고 비리’는 교사들의 양심선언으로 드러났습니다. 교장 A씨는 양심선언 나흘 뒤 내신 성적을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습니다. 당시 검찰 발표에 따르면 A씨는 성적 조작 뿐 아니라 1986년부터 1993년까지 학부모들로부터 거둬들인 찬조금 중 보충수업비 등 공금 21억 6500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고향 이름 지키자” 통합 두고 갈등
행정구역개편안이 합의되면서 도내 시·군 지역도 통합을 눈 앞에 뒀다. 밀양시·군과 같이 통합 소식을 반기는 지역이 있는 반면, 통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 주민들은 지역명 변경과 지역 자립도 하락 등에 강한 반감을 보였다. 도농 통합을 한 해 앞두고 삼천포시와 사천군은 반대 여론이 거선데, 두 곳 중 어떤 지역의 이름으로 통합될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의견대립 중이다. ‘이름 때문에 전쟁나기 일보 직전’, ‘내 고장 잃으면 조상도 못 찾아 온다’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오갈 정도다. 방학을 맞아 본가로 내려 온 학생들도 의견을 보태고 있다. 대학생 김성균(20)씨는 “까딱하면 올해를 마지막으로 내 고향이 삼천포에서 사천으로 바뀔 지도 모른다”면서 “지역 통합이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고 전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타지인의 말 한마디에 면박이 쏟아지기도 한다고.

※한 해 뒤인 1995년 1월, 5월 전국 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졌습니다. 당시 경남은 장승포시-거제군(거제시), 밀양시-밀양군(밀양시), 진주시-진양군(진주시), 충무시-통영군(통영시), 김해시-김해군(김해시), 삼천포시-사천군(사천시) 등의 통합이 진행됐습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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