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영남권 유권자, 전에 없는 귀하신 몸 대우
[경일시론] 영남권 유권자, 전에 없는 귀하신 몸 대우
  • 경남일보
  • 승인 2016.03.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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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목하’,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총선이 끝나면, 대권을 두고 더 큰 싸움판이 치열해질 것이다.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국민은 주인이고, 선거 당일 하루만 주인이 아니라 언제나 주인이다. 진짜 주인대접을 받고자 한다면, 주인 노릇을 할 자세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정치는 국민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깜냥도 안되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총선의 물을 더 흐려 놓고 있다. 산소같이 청량감을 주는 후보라기보다 그 나물에 그 반찬 같은 식상함이 풍겨나는 인사가 많다.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던 철새정치인부터 실형을 선고 받고도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았으니까 말이다. 개혁성향이 강하고 전문성 있는 사람이 지금 시대에 맞는 사람이다. ‘사람은 다 자기 때가 있는 법’으로 제발 한물갔거나 함량미달 인사들이 후배들의 앞길을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이나 쓸개도 빼 줄듯 한 표 호소

여야는 새 인물을 찾고 있으나 인물타령이다. 워낙 국민들로부터 의원 상당수가 혐오스러운 인사로 외면당하다 보니까 인물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본인들은 자신만큼 역량 있는 사람이 없다고 사자후를 토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별로도 있다. 총선 도전자 태반이 지역과 관련 인사들이다. 서울 등 타지에서 생활을 하다 정년 또는 퇴사 후 정치에 뛰어든 인사들도 있다. 일부는 퇴직 후 할일이 없으니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 셈치고 출마하는 사례도 있다. 선거가 끝나면 그렇게 표를 달라고 애걸하며 굽실거리던 인사들이 낙선되면 사라지곤 한다.

금배지를 달아도 마찬가지로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떠난다. 의정활동을 핑계로 지역에 얼굴을 내미는 횟수는 크게 줄어든다. 선거 때 잠깐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보이고 지지를 호소한다. 의원이 되기 위해 얼굴을 알리고 한 표를 호소하면서 거리에 나선 예비후보들의 스펙을 보면 화려하다. 현직의원, 장·차관급을 비롯, 고위 행정관료, 법조계 등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고관대작 인사가 태반이다.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하고 살지 않았던 인사들이 많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 간이나 쓸개도 빼줄 듯이 한 표를 호소하는 처지가 됐다.

오죽하면 선거철에 후보자와 캠프 종사자들은 표를 얻기 위해 지나가는 강아지나 말뚝보고도 인사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간 유권자는 선거날만 지나면 ‘장기판의 졸(卒)신세’였다. 선거 때를 제외하곤 유권자를 ‘장기판의 졸처럼’ 가볍게 여기는 정치인이 많았다. ‘졸’은 적장을 잡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왕(王)’까지도 사로잡는 것처럼 선거 때는 유권자들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유권자 장기판의 卒 신세

새누리당 공천이 수렁에 빠졌지만 ‘건곤일척’의 선거판이 펼쳐지면서 모처럼 영남권 유권자가 대접받는 기분이다. 상향식 공천의 당내 경선으로 ‘비박 대 친박’ 간 전면전 직전의 폭풍전야로 치닫는 살생부 파문 등 신물나는 ‘공천 막장극(劇) 갈등’ 속에 텃밭인 영남권 유권자들이 ‘전에 없는 귀하신 몸 대우’를 받고 있다. ‘상향식 공천’과 ‘우선 추천’ 입씨름만 하는 것이 여당의 실상이나 살 길은 제대로 된 공천이다. 내 사람, 내 계파 공천에만 몰두하는 무능한 선거꾼을 공천하는 순간 그 당은 더 이상 설 수 없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정권·여당 심판’과 ‘야당 심판’에 비슷하게 공감하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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