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어미의 손짓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어미의 손짓
  • 경남일보
  • 승인 2016.03.02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54663271714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어미의 손짓


어디를 가도 불안한 자식

어미가 집으로 인도하는,

눈에 보이지 않은 끈으로

잡고 있는 아들

내 눈과 입속에 들어있다

-정이향(시인)



삼월이지만 아직 봄의 초입은 을씨년스럽고 불안하기만 하다. 계절의 경계를 잘못 짚은 몇몇 철없는 꽃망울이 속절없이 변을 당하기도 하는 이맘때, 마우스 브리딩(mouth breathing)을 연상케 하는 디카시 한 편을 마주하게 된다. 갓 부화한 새끼들을 제 입속에 넣어 기르는 ‘시크리드’라는 열대어가 그 예다. 불안이 날로 가중되는 사회 속에서 차마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고 영원히 입안에 머금을 수밖에 없는, 자식을 지키기 위한 어미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이 땅 어미들은 태어날 때부터 새끼를 향해 온몸이 열리는 막강한 칩이 꽂혀 있는 건 아닌지. 눈, 입, 귀를 포함하여 언제라도 돌아오면 물릴 젖가슴이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끝내 삼킬 수 없는 노래의 목젖’(유하)이다. 늘어진 어미의 젖가슴에 핑 꽃물이 도는 봄날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