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유감
[경일포럼]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16.03.0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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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헌법재판소가 2014년 10월 30일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2:1 이하로 바꿔서 2015년 12월 31일까지 관련법을 개정하라고 결정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5월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독립기구화와 획정안의 국회 수정권한 배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선거제도 개혁의 시금석이 마련됐다. 이때만 해도 정치개혁이 구체적 성과로 결실을 맺을 줄 잔뜩 기대했었다.

그러나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획정안의 확정 과정과 내용이 숱한 정치적 과제만 드러내고 법정시한인 지난해 10월 13일을 139일이나 넘긴 올해 2월 28일에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4·13 총선을 겨우 42일 앞두고서야 최종 통과됐다. 선거구 공백 사태 62일 만에 늑장 결정된 선거구 획정 내용은 통합이나 분구 지역뿐 아니라 선거구 수 변동 없이 구역조정이 이뤄진 5개 지역과 동일 선거구 내 경계조정이 이뤄진 12개 지역까지 게리맨더링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등 두고두고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경남의 경우 선거구가 사라지게 된 의령ㆍ함안ㆍ합천 지역은 교통이나 생활ㆍ문화권이 다른 지역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었다며 후폭풍도 만만찮다. 특히 의령은 헌법소원을 내서라도 선거구를 지켜내겠다 하고 합천도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합천은 14대 총선 때까지는 독립 선거구를 유지하다 15대 총선 때는 거창과 묶이더니 16대 총선 때는 산청과 한 선거구로 묶이는 등 변동이 잦았다. 17대 이후로는 의령ㆍ함안ㆍ합천 선거구가 유지 됐으나, 이번에 다시 산청ㆍ거창ㆍ함양ㆍ합천 선거구로 바뀌게 된 것이다.

선거구 획정은 단순히 지리적 경계를 구획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농어촌지역의 대표성 보완과 의석조정 등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난제에 직면해 있었다. 이에 따라 선거구 개편을 통한 정치개혁 논의가 봇물을 이루었는데 이번 획정안이 선거개혁 논의를 일절 반영하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뼈아프다. 그 중에서도 40% 남짓한 득표만으로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발생하는 사표를 줄이기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중·대선거구제 등 다양한 제안이 잇따랐지만 최종적인 결과는 모든 제안을 깡그리 무시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단순히 지역구를 7석 늘리면서 도시지역 선거구가 증가한 반면 농어촌 지역구가 대거 축소되고, 그만큼 비례대표를 줄이는 바람에 오히려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강화시켰다.

선거구획정 내용의 졸속은 차치하고, 앞장서서 법을 준수해야 할 국회가 눈앞의 작은 이해에 매달려 스스로가 만든 법을 보란 듯이 어기는 모순에 대해 국민에게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선거구 획정 사태는 여야 사이는 물론 여야 각각의 내부에서도 ‘정치적 이해가 맞서게 마련이므로 매번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정치현실의 논리로 이는 ‘이미 상식이 되었다’고 얼버무릴 것인가. 여기에 정치신인들이 겪은 불이익 및 현역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총선이 끝난 뒤 소송 사태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정치퇴행 사태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그 실망을 어떻게 표출할 것인지 궁금해 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처럼 이번 국회는 모처럼의 정치개혁의 호기를 흘려보내고 모든 과제를 20대 국회에 떠넘겼다. 국회도 국회지만, 어렵사리 독립기구화된 획정위가 결과적으로 여야의 수족 노릇에 그친만큼 획정위원의 중립적 전문성 확보 등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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