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59> 부산 기장 이야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59> 부산 기장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02.0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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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맛이 반짝반짝 튀어오르는 고장
▲ 멸치 터는 모습
▲ 멸치잡이


부산 기장은 옥황상제의 옥녀가 내려와 베를 짰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 베틀 機와 베풀 張 의미의 지명을 갖게 되었다. 해안가에는 산해진미들이 가득하여 걸어본 길 구석구석이 오감이요, 굽이굽이 유혹이 가득하니 감성과 추억이 숨 쉬는 오감 속으로 초대한다. 기장 팔각정에는 정성들여 음식을 준비하는 주인과 객이 하나 되어 또 새로운 우정의 맛을 잉태한다. 자연에서 얻은 좋은 재료로 다수의 입맛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한다는 주인장의 철학에 바탕을 둔 음식을 차려내면, 보리누룽지와 홍시드레싱소스 샐러드를 시작으로 새우각테일 구실잣밤묵 약초쌈 홍게그라텡 오리훈제 돼지감자전 갈비찜 철판인삼 회초밥 광어회 잡채 장어구이 전복회 연잎밥 보리밥식혜 등 끝없이 이어지는 음식으로 앉은 자리에서 거침없는 음식순례를 이어간다. 음식 한 점 한 점의 맛에 도취된 아름다운 삶의 얘기는 밤이 깊은 줄도 모르다가, 산삼주로 우리들의 꿈 너머 꿈을 위한 건배로 자리를 정리하고 대변항으로 나간다. 어부들의 멸치 터는 장단이 정겹게 들리는 대변항은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100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기장의 자랑인 멸치축제가 열리는 항구로 미역 맛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동해 바다의 물살은 거세지만 바로 앞의 죽도가 방파제 역할을 해주는 천혜의 조건을 가진 어항. 고기잡이 어선들이 만선의 기쁨을 알리는 고동을 울리면, 잔잔하던 물결이 일렁이며 분주해진 포구는 웃음꽃을 피운단다.

 

▲ 오징어 건조


어둠 속에서도 대변항에서 어획한 수산물을 중심으로 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어판장의 해산물에 흥정을 하며 발걸음을 멈추는 벗들에게 밝은 날에 잘 골라 사자는 주문을 하고, 멸치 터는 모습에 발걸음을 멈추었다가 대변등대까지 걸어 항구의 야경과 반영을 즐기고 숙소로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10분 쯤 후 일광대복집에 도착하였는데, 엄청난 공간에 가격은 만만찮았지만 제일 고급인 밀복지리를 주문하여 맛있게 아침식사를 하였다. 22년 전통을 자랑할 만큼 모든 재료는 국내 산지에서 자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야채와 마늘에 일광 청정미나리와 어우러진 복국맛은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고 했지만, 맛이 있는 여행은 2% 쯤 부족함을 느껴 아쉬움이 많았다.

 

▲ 일광해수욕장

 

사나이들의 서빙으로 앉은 자리에서 커피까지 한잔하며 훈풍을 넣은 후 겨울바다를 향하여 일광해수욕장으로 갔다. 일광해수욕장은 1.8㎞의 백사장이 둥글게 반원을 그리며 만들어내는 해안이 아늑함을 주는 해수욕장으로 수심이 얕고 민박촌이 잘 형성되어 있어,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이 많이 찾고 젊은이들의 MT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는데, 소나무 숲 사이 바다를 관망할 수 있는 강송정이 있고 백사장 가운데에는 고려시대의 정몽주 이색 이숭인 세 사람이 유람했다는 삼성대가 솟아 있으며,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토속적 정서와 삶의 애환을 담은 오영수의 단편소설 ‘갯마을’의 배경지이기도 하여, 소설을 영화화한 김수용 감독의 ‘갯마을’을 촬영했단다.

 

▲ 수산과학원



매년 8월 초 바다를 배경으로 갯마을마당극축제가 열린다는 일광해수욕장을 잠시 걷다가,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한 아름다운 마을 죽성리로 향했다. 죽성리라는 이름은 이곳에 신라시대의 토성이 있었기 때문이며 대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란다. 죽성리 산52번지의 봉대산 가장 높은 곳에는 돌로 둥글게 단을 쌓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뾰족한 산봉우리 모양처럼 만들어진 남산봉수대가 있으며, 마을 뒤편의 요충지를 택하여 쌓은 조선시대의 일본식 석성인 죽성리 왜성도 있다. 그 아래쪽의 동산에 있는 여섯 그루의 나무가 모여 마치 한 그루의 큰 나무처럼 보이는 죽성리 해송은 수령 250~300년으로 추정되며 수관 직경 30m, 높이 20m에 달한다. 예로부터 동네사람들이 음력 정월 보름에 풍어를 기원하는 장소로 민속적인 유래가 있고 문화적인 가치가 높다.
 

▲ 황학대


마을 앞 바닷가의 황학대는 고산 윤선도 선생이 기장에서 7년간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육지와 이어져 있는 황색의 바위가 황금빛 학이 나래를 펴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하여, 중국 양자강 하류에 있는 황학루와 견주어 이름을 짓고 매일 찾았다는데, 고산 윤선도가 기장에서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이나 유배생활을 한 것은 물론이고, 이곳에서 갈매기와 파도소리를 벗 삼아 한 많은 시름을 달래며 견회요와 우후요 등의 시조 여섯 수를 남긴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 외에도 손담비, 주진모, 김범 주연의 드라마 ‘드림’의 촬영지로 유명한 죽성성당은 실제 성당은 아니지만,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성모마리아상까지 있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그림 같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세트장이다.
 

▲ 죽성성당


죽성성당을 출발하여 해안선을 따라 억울한 백성들을 보듬은 암행어사의 공덕을 새긴 갯바위 어사암과 영화 ‘친구’의 촬영지를 지나 대변항으로 다시 들어갔다. 잠시 어판장을 돌며 신선한 수산물을 구입한 후, 고종 때 대원군이 병인양요ㆍ신미양요에서 승리한 후 서구 열강 등 외세를 배척하고 쇄국주의를 고창하기 위하여 전국 중요한 지역에 세웠던 척화비 중의 하나인 기장척화비와 가장 8경 중 하나인 죽도를 둘러보고, 바로 차를 달려 수산 자원의 조사 시험 연구와 수산 기술의 지도 보급을 위해 설립된 국립수산과학원은 둘러보며 수산 자원 관리 및 해양 환경 연구에 대하여 알아보고 해동용궁사로 갔다.
 

▲ 해동용궁사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인 해동용궁사는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의 하나로 1376년 나옹화상이 창건하였는데, 원래 이름은 보문사였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후 통도사 문창화상이 중창하였고, 1976년 부임한 정암스님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관음보살의 꿈을 꾼 후에 현재의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단다.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일출암 위에는 지장보살이 앉아 있고 해수관음대불이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대웅전을 등지고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바로 발아래에서 파도가 치는 듯한데, 진심을 담아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바다와 절이 어우러진 멋진 풍광에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해동용궁사


이제 종착역에 가까워져, 예약도 받지 않고 자리에 앉으면 바로 음식을 낼 수 있다는 풍원장시골밥상을 찾아 1박 2일의 일정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보쌈정식과 불고기정식을 주문하니 들은 대로 음식이 나오는 스피드가 남달랐다. 다양한 반찬들이 넉넉하게 나와 계속하여 적당하게 리필도 해주고 그 맛 또한 깔끔하고 좋으니, 이름값 하는 시골밥상에서 넉넉한 인심을 느끼며 병신년 첫 나들이길 기장 이야기의 막을 내린다. /삼천포중앙고등학교 교사


죽성리 해송


 
팔각정
팔각정2
팔각정3
풍원장시골밥상
갈비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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