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촉차’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촉차’
  •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 승인 2016.03.06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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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인연' 맺어주는 현원당의 첫 차이야기
 
겨우내 시달린 동백이 연분홍 꽃을 피웠다.


현원당 거실에는 겨울 햇살이 주인인양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다기와 소품들이 거실에도 한 가득이었다. 탁자 위의 앙중한 화분에서 동백 한송이가 꽃을 피웠다. 현숙씨는 겨우내 고생하더니 꽃을 피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은 찻자리에 데려가면 인기가 좋아” 라는 이야기에 깜짝 놀랬다. 찻자리에 화분이나 꽃을 소품으로 챙겨간다는 것이었다. 예쁜 것을 보고 즐기는 마음, 차를 마시는 일도 그렇게 즐기면 되는 일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스타벅스에 익숙한 우리세대에 어렵게만 여겨지는 다도, 현원당만의 다법을 만나보았다.

짙은 쪽빛 치마와 하얀 저고리에 자주색 털배자를 차려 입은 현숙씨는 다도시연을 보여주려 차려입었다며 향긋한 계피차를 내오면서 차이야기를 시작했다. 계피와 생강을 따로 달인 후 함께 끓여냈다는 계피차는 진한 계피향을 뿜어냈다. 달콤한 곶감 하나와 고소한 잣이 동동 떠있어 든든하기까지 한 차 한잔이다.


 
진하게 끓여낸 계피차. 깨강정을 곁들인 계피차엔 손을 닦을 물티슈 하나와 곶감을 떠먹으라고 숟가락이 함께 차려졌다.


찻잔이 비어갈수록 현숙씨의 차 이야기가 진하게 방안을 가득채웠다. 시골에서 보낸 어린시절, 그저 물처럼 마셔왔던 차가 현숙씨에게 다도라는 문화로 다가온 것은 2003년의 일이었다. 10년 남짓한 현숙씨의 ‘다도’는 깊고 은은했다. 뒤늦게 배움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현숙씨는 늦은 공부를 붙잡았고 부군 류행수씨는 든든한 힘이 됐다. 준비가 많은 찻자리를 부지런히 다닐 수 있었던 것도 류행수씨의 지원 덕분이었다. 현관과 벽난로 위를 장식한 가족사진 속에 여러 찻자리를 동행한 부부의 사진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벽난로 위를 장식한 가족사진들. 차회에 동행한 김원장 부부의 사진들이 눈에 띄었다.


차를 마시는 행위를 배우는 것으로 다도를 시작한 현숙씨는 원광대를 거치면서 수준높은 교수들의 전문적인 지식을 얻게 된 것도 차회를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다도 예절은 바른 자세에서 시작한다는 현숙씨는 현원당만의 다도역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중국의 차문화는 절제미가 강하고 일본식은 여기에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절제미 있는 동작 하나하나에 무게감을 주는 등 한국식 다법은 또 다른 멋이 있다고 했다. 현원당은 이런 다도의 행위 하나하나를 멈추지 않고 물 흐르듯 둥글게 이어주는 현원당 만의 다법을 추구한다는 설명이었다.

현숙씨는 “나와 차의 만남이 조화를 이루는 때가 바로 경지” 라고 했다. 오랜 시간을 정진하는 것도 소중한 일이겠지만 차와 인연이 맺어지는 순간이라면 커피 한잔을 마시는 잠깐의 휴식이라도 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현원당의 조언이었다.

명상시연은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과정을 한 편의 공연처럼 펼쳐보인다. 다도라는 문화를 소개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인 셈이다. 끓인 물이 유발, 다관, 숙우, 찻잔으로 옮겨졌다. 물을 따를 때 일직선으로 고르게 흐르는 물에서 조차 바른 자세를 엿볼 수 있다는 현숙씨의 설명이었다. 흐트러짐 없는 다도의 과정은 명상 속에서 나올 수 있다며 차를 우리고 마시는 과정이 마음을 수련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현숙씨는 다도수업이 집중력을 길러주기에 어린학생들에게 더욱 좋은 효과를 준다고 덧붙였다.

4, 5월이면 산청군 보명다원의 찻잎을 받아 직접 차를 만든다는 현숙씨는 개발중인 차라며 ‘촉차’를 내주었다. 지인인 스님이 ‘진주의 차’로 만들라며 촉석루(矗石樓)의 촉(矗)자를 따서 이름지었다는 ‘촉차’.



 
현원당의 차 ‘촉차’ 갈색 도는 노란빛에 입안 가득 고이는 부드러운 느낌이 일품이다.


맛도 맛이지만 성분도 중요하다는 현숙씨는 하동녹차연구원에 성분분석도 거쳤다며 올해는 발효시간을 줄여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효시간을 길게 두어 쓴 맛을 많이 줄였으나 좋은 성분도 함께 빠져나간다는 설명이었다. “맛은 지금이 딱 좋다”는 현숙씨의 말처럼 은은한 향에 부드러운 식감이 찻잔을 계속 비우게 만들었다.

현숙씨는 현원당이 ‘차와의 인연을 맺어주어 차의 길을 열어주는 곳’이 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자유분방한 현숙씨의 밥상이 활짝 핀 봄의 화단이라면 현원당의 다도는 겨우내 씨앗을 품은 대지와 같은 단단함이 얼핏 느껴졌다. 싹이 트는 계절이 다가온다. 산과 들에 새순이 고개를 내밀고 차나무에는 햇잎이 돋아난다. 먹고 마시는 일상다반사가 오늘도 향긋하다.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webmaster@gnnews.co.kr


 
현원당 김현숙 원장아 명상시연을 선보였다. 다도시연은 차인들간의 향유문화이기도 하면서 일반인에게 다도문화를 소개하는 한편의 공연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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