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신드롬
밤비 신드롬
  • 경남일보
  • 승인 2016.03.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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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희 (시인·한국시조문학관 사무국장)
손영희

동물원에 가면 아기사슴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동물 중에 가장 기품 있게 보이는 게 사슴이다. 노천명 시인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여리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또 어딘지 모르게 외롭고 쓸쓸해 보여 사람들은 축은한 마음을 갖게 된다. 마냥 순해 보이기만 한 아기사슴을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면 더욱 온순해져서 순순히 몸을 맡기곤 한다. 그렇게 사슴을 쓰다듬는 일이 사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물론 사람들에겐 공격적인 의도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어미사슴이 새끼사슴을 알아보는 방법은 냄새를 통해서다. 오로지 독특한 냄새를 통해서만 자기 새끼를 알아본다고 한다. 그런 아기사슴 몸에 사람의 냄새가 배게 되면 그것이 아주 미약한 것일지라도 어미사슴은 자기 새끼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고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어떤 암사슴도 다시는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아기가슴은 일족에게서 버림받는 신세가 된다.

아기사슴은 가족에게서 버림받고 오로지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가족을 만나자마자 버림받게 되고 굶어 죽는 형벌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알겠는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어떤 행위가 죽음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죽음을 불러오는 그런 애무를 일컬어 ‘밤비 신드롬’, 또는 ‘월트 디즈니 신드롬’이라고 한다. 여기서 ‘밤비’는 오스트리아 작가 펠릭스 잘덴의 ‘밤비’라는 소설에 나오는 아기사슴 이름이다. 인간의 사소한 어떤 행위가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독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나누는 뒷담화, 인터넷 상에 아무도 모르겠지 하며 악플을 다는 행위 등 나의 사소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는지 한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우리사회는 훨씬 숨쉬기 편해질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 하고 벌이는 일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숨막히게 하고 있다. 생태환경문제, 안전불감증 등 결국은 되돌아와 나 자신에게 해를 입히게 되는 현상들이다. 어떤 행위를 할 때는 좀 더 신중하게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손영희 (시인·한국시조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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