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과잉’과 ‘무한 정보’로 요약되는 21세기는 단순한 지식의 시대가 아니라 지식의 개념을 새롭게 구성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러한 지식을 어떻게 구성하고 또 이 지식을 누구와 어떻게 협력해서 활용하고 발전시켜 가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 다시 말해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닌 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즉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자료 속에서 자신에게 관심 있는 분야의 내용을 모아두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모아둔 것이다. 여기에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 추가로 문맥을 만들어 자기에게 필요한 통찰적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의미의 지식일 것이다. 나아가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만든 이러한 통찰적·맥락적 지식을 활용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한 후 문제해결을 위한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주변의 동료와 협력, 이 문제를 헤쳐나갈 것인지 전략을 수립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잡다한 지식을 쌓아두고 저장해 놓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이것을 주변의 동료와 협력, 실전에 적용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강조하고 있는 창의적 사고나 논리적 사고는 통찰적·맥락적 지식의 주요 요소이다. 이러한 통찰적·맥락적 지식을 바탕으로 주변의 동료와 협력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고 공교육이 감당하고 있는 지식교육이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한 내용적 바탕은 중세의 대학에서 가르친 ‘리버럴 아트’라고 할 수 있다. 수사학, 문법, 논리학, 음악, 산수, 기하학, 천문학 등 일곱 과목이다. 메타포라(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수), 레토리케(수사)로 구성돼 있는 ‘리버럴 아트’(liberal arts), 즉 일반교양이다. 우리는 이를 인문학이라 한다.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학문’이라 부르는 리버럴 아트는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써 인문학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이를 근거로 지식교육의 위기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고 대응능력을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생 (경남교육청 장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