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으면 무엇을 하겠는가?
책을 읽지 않으면 무엇을 하겠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6.03.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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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련 (창원명지여자고등학교 교감)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의 양은 얼마나 될까. 두보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비로소 상당량 하리라고 했고, 새뮤얼은 그 사람의 인격은 그가 읽은 책으로 알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독서량은 세계 166위로, 1인당 평균 독서량은 16.5권에 불과하다. 독서량도, 독서 인구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독서의 장점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해 창의력을 높여 주고, 어휘력을 풍부하게 하며, 다방면으로 지식이 풍부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대에 책에 미친 바보라고 불리던 사람이 있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문인이었던 이덕무이다. 왕실의 곁가지, 왕손의 서자였던 부친을 둔 선생에게 벼슬 길은 멀었다. 학문하는 것이 곧 출세로 통하는 시대에, 이덕무는 순수하게 책을 좋아한 흔치 않은 선비였다. 선비의 삶이 그러하듯 그는 늘 궁핍했다. 그러나 가난은 끝까지 이덕무 곁을 지켰던 유일한 친구였으며, 책은 선생에게 혈육 이상의 정을 도탑게 느끼게 한 가장 가까운 친지였다.

겨울 한밤중, 냉방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책을 읽다가 찬바람이 들어와 방안의 등불을 흔들었다. 이덕무는 이에 논어 책을 바로 세워 바람을 막고 나서 흐뭇해했다. 추위가 견딜 수 없게 되자 한서 한 질을 이불 위에 일렬로 깔아서 한서 이불이 됐다고 좋아했다. 책 읽기, 독서를 취미라고 부르는 요즈음 시대 사람들이 본다면, 그는 바보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책 읽기라는 수동적인 행위를 ‘살아가는 이유’로 삼은 가장 능동적인 그 시대의 독자였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이 밀려와 사방을 둘러봐도 막막하기만 할 때에는 그저 땅을 뚫고 들어가고 싶을 뿐,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들고 마음을 위로하면 잠시 뒤에는 억눌리고 무너졌던 마음이 조금 진정된다. 내 눈이 제 아무리 다섯 색깔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책에 대해서는 깜깜한 밤과 같다면 장차 어디에 마음을 쓰겠는가?’

이덕무는 말년에 규장각 도서 검수관으로 임명됐지만, 안타깝게도 독감에 걸려 서른여덟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어느 날의 일기에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서행련 (창원명지여자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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