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75)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75)
  • 경남일보
  • 승인 2016.03.1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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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최근 경남문단에 발표된 소설과 수필들(7)
경남문단의 최근 발표된 수필집들이 부쩍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제대학 강돈묵 교수의 수필집 ‘1500m’가 그 중 하나이다. 강교수는 수필 평론집 ‘낯설게 보기와 낯설게 하기’를 동시에 출간하면서 그가 수필과 수필평론을 동시에 하는 사람으로서 위상을 드러내주고 있다.

우리나라 수필계는 그동안 본격문학의 자리로 올라선 바 있지만 비평의 부재로 옥석 구별이 잘 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강돈묵 교수의 비평은 제값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1500m’에는 ‘별똥별’ 등 45편이 실려 있는데 첫 자리에 있는 ‘별똥별’이 수작으로 읽힌다.

이 작품은 고등어 낚시를 하면서 화자는 야광찌가 해면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이 별똥별과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어 어린 시절 여름날 저녁식사를 가족들과 같이 마당 밀대방석에 둘러앉아 별똥별을 보던 추억으로 들어간다.별똥별이 떨어지는 곳으로 가보자고 형에게 졸랐을 때 형은 화자에게 성미가 급하다고 ‘별똥별’이라는 별명을 주었다.

화자는 살아온 인생을 별똥별처럼 가슴 태우며 살았다고 말한다. 사라져간 시간 속에서 산화한 지난 세월을 되돌아본다. 화자는 젊은 날 스스로 직선을 추구했던 자신을 발견하면서 지금은 자신이 곡선으로 나는 반딧불이 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이렇게 이 수필은 기, 승, 전, 결의 짜임을 보인다.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이어지고 끊을 데 끊고 서정의 여울로 흐를 데는 서정의 옷을 입힌다. 하나의 완결편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수필 창작의 한 모델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수필의 중간 부분을 소개해 본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한 물고기다. 앞으로 질주만이 있을 뿐이다. 뒤로 회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장애를 만나면 살짝 빗겨 앞으로 빠져나간다. 수면 근처에서 끌려가기 시작한 야광은 불이 붙은 화살처럼 꼬리를 흔들며 바다 밑으로 끌려간다. 몇이서 낚시를 하다보면 별똥별이 무수히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차려진 저녁 식사는 마당의 밀대방석이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나면 아무도 방으로 들려 하지 않았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면 여기 저기서 부채로 모기를 쫓는 소리가 났다. 형은 슬며시 일어나 외양간에서 꼴을 한아름 안아다가 모깃불을 놓았다. 투드득 소리르 내며 하얀 연기가 피어올라 언 집안으로 조금씩 스며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하얀 연기가 꼴에서 나올 때만 보이고 퍼져나가는 것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은. 비록 연기는 보이지 않았으나 피어오르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밤이 우리를 덮고 더욱 깊은 추억으로 밀어넣는 중이었다. 희끗 희끗 하늘에 별이 태어나고 있었다. 조금씩 자라난 별이 은하수를 놓고 긴 띠를 이루면 할머니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풀어 놓으셨다.어디에서 왔는지 반딧불이 엿듣다가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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