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에게도 도(道)가 있거늘
도둑에게도 도(道)가 있거늘
  • 경남일보
  • 승인 2016.03.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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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도(道)는 갈고 닦는 것이고, 덕(德)은 쌓거나 베푼다는 뜻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개념을 평생 갈고 닦으며 쌓아온 동양의 선인들이 노자나 장자나 공자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여겨지는데, 이들을 읽어봐도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예를 한번 보면 어떨까. 장자가 도둑의 대명사라고도 할 도척을 보고 묻는다. 도둑에게도 도(道)가 있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도척이 거침없이 대답을 한다. 도둑이라고 하여 도가 없을까 싶으냐는 투다.

“감춰진 남의 재물을 알아내는 것이 성(聖)이요,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지(知)요, 앞장서서 뛰어들어 가는 것은 용(勇)이요, 동료를 먼저 내보내고 마지막에 나오는 것은 의(義)요, 훔쳐온 물건을 고루 분배하는 것은 인(仁)입니다. 예로부터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못한 자가 큰 도둑이 된 예는 없습니다.” 이런 것이 도둑의 도라면 도 아닌 것이 없겠다 싶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치인들에게는 어떤 도나 덕이 있으며 또 있어야 하나를 생각해 보고 싶어졌다. 아무리 보아도 덕이나 도를 찾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것을 덕목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첫 번째 애국애민 정신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그렇지 않다. 나라나 국민보다는 저마다 자기 명예욕이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것처럼 보이는 때가 다반사다. 우리 역사에서도 성군이라 칭송되는 세종같은 임금이나 충신으로 평가받고 있는 신하의 사례를 보면 한결같이 자기를 버리고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자세가 어떠한가를 가르쳐 주고 있다. 임란(壬亂)을 극복한 충무공과 서애 유성룡의 경우가 가장 극명한 사례가 아니겠는가.

신사도(紳士道)를 지키는 정치인의 자세를 제2의 덕목으로 삼고 싶다. 신사도란 가장 교양 있는 사람들의 언행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시정잡배만도 못한 막말을 서슴없이 내뱉거나 공중 앞에서 추태를 함부로 부리는 정치인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에 하는 얘기다. 지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교양인 정도의 품위라도 스스로 지킬 줄 아는 정치인이라면 한결 더 품격 있는 정치로 발돋움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정치인의 청렴을 제3의 덕목으로 삼자. 청렴은 정부 공직자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은 아니다. 정치인에게도 청렴의 의무가 법으로 요구되고 있다. 정치자금이 좀 더 투명해지도록 제도를 발전시켜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오명이 모든 이의 뇌리에서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부패는 있다고 느낄수록 늘어나고, 없어졌다고 느끼면 없어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청렴을 생활화한다면 부패는 우리사회에 발붙이기 어렵게 될 것이 분명하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제4의 덕목으로 체질화했으면 좋겠다. 대화와 타협은 겸양의 덕목이기도 하다. 다수결의 원리는 소수의견도 존종되어야 한다는 원리가 전제되는 개념이다. 소수의견이 무시되는 다수결은 민주주의 정치론에서 용인되지 않는 이론이다. 그러기에 대화와 타협은 민주정치의 필수요소다. 여당이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는 대신 야당은 국회에서 의결한 다수결의 결과에 승복하고 따라주어야 민주주의는 평화롭게 작동하게 된다. 민주정치는 평화의 정치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누구나 자기지신을 자기가 제일 잘 안다. 최소한 자신이 정치인 자격이 있는지부터 스스로 판단하고 정계로 나갈 꿈을 꾸어야 할 것이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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