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으로….
농심으로….
  • 경남일보
  • 승인 2016.03.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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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달연 (경남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
최달연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지난날 농경사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잘 먹고 잘사는 데도 마음은 오히려 허전하다. 그 까닭은 오늘의 산업사회에서 물질만능에 사로잡혀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략해 정신문화가 황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신문화 핵심은 농심이다. 농심이란 글자 그대로 농사 짓는 농민의 마음이며 대자연을 상대로 한 진실한 마음이다. 뼛속 깊이 터득한 농민들의 값진 생활철학이며 우리의 고귀한 정신문화인 것이다.

과거 한국은 전쟁 폐허로 평생 헤어나지 못할 나라라고 지구촌의 학자들은 단정했었다. 그 당시 아프리카보다도 못살 정도로 가난이 우리의 삶을 짓눌렀다. 하지만 죽 한 그릇을 이웃과 나눠 먹어가면서 모진 풍파를 이겨냈다. 그 밑바닥에는 농심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 세상에 농업처럼 거룩한 직업은 없다. 자연과 더불어 식량을 생산해내는 농업이야말로 가장 격조 높고 품위 있는 직업이다.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했다. 식량 없이는 삶 자체를 영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농심은 본시 뿌린 만큼 거두려고 하니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순수하다. 농심은 오로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기 때문에 이웃과 경쟁하거나 남들과 다툴 필요도 없이 묵묵히 자기 일에만 충실하게 된다. 그러기에 농심이 있는 곳에는 항상 여유가 있고 평화가 넘친다. 농심은 손해 보는 한이 있어도 정직하게 살고자 힘쓰고 한번 약속한 일은 반드시 지키며 한번 믿으면 변치 않고 우직하게 따른다.

농심은 남을 배려하며 베풀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농심은 한번 작심하면 황소처럼 뚝심으로 밀어붙이며 끝까지 정성을 다한다. 농심의 매력은 반질거리는 도시의 조형미에 있는 것이 아니고 억세고 투박한 농촌의 자연미에 있다. 농심은 순수한 대자연을 상대하기 때문에 거짓이나 가식이 없다. 우리는 농경문화의 자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진정 문화 선진국을 지향한다면 정신문화에 가치를 두고 농촌을 사랑하고 농민을 존중하자. 그리고 농심의 가치를 음미하면서 우리 모두의 가슴에 농심으로 가득 채운다면 빛을 잃어 잘살아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 각박한 사회가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최달연 (경남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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