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 일흔 셋 근육맨 김봉기씨
[영원한 청춘] 일흔 셋 근육맨 김봉기씨
  • 박준언
  • 승인 2016.03.06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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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난 ‘몸짱’이라구”
▲ 김봉기(73)씨가 동네 헬스장에서 무거운 기구를 들어 올리며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오전 5시를 막 넘긴 시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흔을 훌쩍 넘긴 한 사내가 차디찬 헬스장의 철재 문을 열고 들어선다.

검은 머리 사이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들이 제법 연배가 있어 보이지만 다부진 몸매로 봐서는 좀처럼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운동을 시작한지 30분이 지났을까? 땀으로 흠뻑 젖은 셔츠 사이로 보이는 그의 탄탄한 근육은 한창 때 젊은이 못지않다.

올해로 73살을 맞은 김봉기 어르신. 그는 김해 활천동을 대표하는 몸짱이다.

헬스장 최고령 회원이지만 그보다 발달한 근육을 가진 회원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운동 이게 참 좋아. 하루라도 쉬면 몸이 불편해. 땀 흘리고 샤워한 뒤 느끼는 그 기분을 어찌 다 말로 하겠어”

직장을 퇴직한지 벌써 20여년. 젊은 시절 그는 가축들의 인공 수정 업무를 도맡아 했다. 축산 농가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그가 수정시킨 가축 수는 셈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많다.

부산과 경남 등 발령지를 쫓아 열심히 일한 그였지만 퇴직 후 보람 못지않게 남은 것은 건강 악화였다.

어느 날 가슴을 조여 오는듯한 통증을 느낀 그는 찾아간 병원에서 건강 상태가 위험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이상을 느껴 동네 병원에 갔지. 그런데 큰 병원으로 가보라더군. 아차,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때 어떻게든 건강을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소일 삼아 붓글씨를 배우고 있었지만 나빠진 그의 건강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걷기. 하루 몇 킬로씩 걷다보니 조금씩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 그는 아예 동네 헬스장에 등록했다. 그것이 벌써 10여년 전 일이다. 이제는 청년 못지않은 건강한 몸과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지난해부터 인근의 김해시동부노인종합복지관을 다니고 있다.

 

▲ 김봉기(73)씨가 김해시동부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마련한 퀴즈대회에 참가해 문제를 풀고 있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 중 그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스마트폰 교육.

“처음 접한 스마트폰은 숫자 버튼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시커먼 넓은 화면만 덩그러니 있었지”

자식들이 이렇게 저렇게 사용하면 된다고 일러주었지만 그때뿐. 원하는 대로 사용하기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먼저 스마트폰 ‘정체’를 파헤치기에 들어갔다. 신세대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그의 열정은 이제 SNS를 이용해 손주들과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 사진편집까지 척척해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김봉기 어른신은 자칭 멋쟁이다. 젊은 시절부터 빠지지 않는 외모에 굵고 우렁찬 목소리는 소싯적 한 가닥 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었으니 바로 음정·박자에 약하다는 것.

그래서 등록한 노래교실에서 벌써 2년째 공부 중이다. 평소 신나는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그의 요즘 애창곡은 ‘내 나이가 어때서’다. 가사도 좋고 듣고 있으면 그렇게 신이난다며 웃었다.

김해시동부노인종합복지관 백혜영 관장은 “김봉기 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하시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치신다”고 귀뜸했다.

 

▲ 김봉기(73)씨가 복지관에서 운영 중인 요리교실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


고희(古稀)를 넘어선 그는 요즘 들어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29살 총각에게 시집와 어느새 45년이란 세월을 함께하고 있는 옆지기 그의 아내.

부모보다 더 긴 세월을 함께하며 3명의 자녀를 사업가, 교수, 교사로 키워낸 아내가 그렇게 고맙고 한편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내린 결단은 ‘부엌’에 들어가는 것. 긴 세월 차려주는 밥상 받을 줄만 알았지 직접 해본 적은 없다는 그.

더구나 아내에게 직접 요리를 해준 기억은 생각하는 게 불필요한 일. 어르신은 아내를 위해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남성어르신 요리교실’에 등록했다.

칼 잡는 법, 도마 씻는 법 등 기구 사용법부터 배우기 시작한지 2년. 이제 왠만한 요리는 “다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장 잘하는 요리는 ‘닭볶음탕’과 ‘꽈리고추 무침’. 아내를 위한 밥상은 이제 ‘당연한 것’이라며 흐뭇해 했다.

일흔이 넘어서야 인생을 즐기는 ‘참맛’을 알게 됐다는 김봉기 어르신.

그는 또래들에게 “몸이 나이 들었지, 마음이 나이든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젊게 살게 위해서는 무조건 운동을 해야한다. 그게 어떤 것이든 자기에게 맞고 즐거운 것을 찾아서 열심히 하면된다”고 조언했다.

지역금고 이사, 가축 수정일, 노인대학, 체력 단련 등 일흔 셋도 아직 현역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김봉기 어르신.

그는 애창곡처럼 ‘내 나이가 어때서, 즐겁게 살기 딱 좋은 나이’인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박준언기자

 

김봉기(73)씨가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김봉기(73)씨가 산 정상 바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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