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두 이방원을 왕으로 만든 책사 하륜
폭두 이방원을 왕으로 만든 책사 하륜
  • 김지원
  • 승인 2016.03.0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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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정도전과 다른 킹메이커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스틸이미지.

드라마는 허구지만 역사를 다룬 사극은 실제와 가상사이를 오가면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조선개국의 파란만장한 시기를 배경으로 흥행하고 있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종반부로 치닫고 있다. 흔히 정도전과 정몽주의 대립으로 주목받는 이 역사적 배경에서 ‘육룡’은 아니지만 빼놓을 수 없는 유자(유학자)가 한명 더 있다. 

여기서 문제, 그는 누구 일까. 

정도전이 이성계를 왕으로 만든 킹메이커 였다면 이방원을 왕으로 만든 책사.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개국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포은 정몽주와 삼봉 정도전이라는 걸출한 인물들에 밀려 곁다리로 등장하고 마는 그는 조선 개국 이후 나라의 기틀을 세우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는 진주 사람으로 고려 충목왕 때 태어났다.(1347년 혹은 1348년으로 알려져 있다.) 하륜은 열여덟살 때 문과에 급제하는데 이때 신진사대부의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색과 사제 관계를 맺는 한편 당대 보수파 실세 이인임의 조카사위가 되면서 중도의 온건파 노선을 걷게 된다. 그는 이성계와 최영의 결탁으로 이인임이 물러나면서 구 정권 인사로 유배를 가게 된다. 하지만 위화도 회군으로 최영을 몰아낸 이성계 일파에 의해 다시 정계에 복귀한다. 유배와 복귀의 위태로운 정치현실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정몽주였으나 조선개국의 반대편에 섰던 정몽주가 선죽교에서 죽임을 당하자 오히려 정몽주를 죽인 이방원의 손을 잡는다. 그 덕에 그는 고려 편에 섰으나 조선 개국 이후 1년만에 정계에 복귀한다. 유학 뿐만 아니라 관상학, 풍수학 등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한양천도를 주장하면서 정치적 위상을 높이게 된다.

이후 그는 이방원의 책사로서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정도전에 의해 또다시 유배를 간다. 얼마 안돼 유배에서 풀려난 그는 1398년 이방원이 일으킨 제1차 ‘왕자의 난’에 적극 가담하고 정도전의 정치를 무너뜨린다. 

태종이 왕위에 오르자 그는 조선의 정부조직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정도전의 설계를 바탕으로 했으나 정도전이 재상 중심의 정치를 주장한데 반해 왕권 중심의 정부조직 개편으로 왕권 강화를 추구한다. 그는 주군을 모시는 신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왕을 보좌하는 일을 우선 목표로 하는 참모형의 정치인이었다. 정도전과 이성계의 관계처럼 그와 이방원도 ‘강력한 왕과 영리한 책사’로서 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러닝메이트 였던 셈이다. 

바로 그, 태종의 러닝메이트 하륜은 1416년, 70세의 나이에 선왕의 능침을 돌아보고 오던 길에 죽었다. 태종 16년의 해로 이방원은 그의 죽음을 매우 슬퍼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하륜은 사후 진산부원군으로 봉해지는데 진산은 진주의 별호이다. 

역사드라마는 ‘역피셜’이라는 말이 따라 나오곤 한다. 역사와 오피셜의 합성어로 역사적 인물이니 그 생몰이나 사유가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알려진 하륜의 역피셜은 이상과 같다. 

고려의 충신으로 이름 남겨진 정몽주나 조선의 개국자였으나 왕자의 난에 희생된 정도전이 역대의 학자로 칭송받는 것에 비해, 고려말과 조선초 혼돈의 시기 속에서 정치적 수완으로 권력의 중심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은 ‘탁월한 정치가’ 하륜의 이름이 지금에 와서 생소한 것은 아쉬운 기록일 수밖에 없다. 
김지원 미디어기자
 
진주시 미천면에 있는 하륜묘소. 팔각형 봉분으로 조선초 묘제 연구의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경남도 문화재자료 41호. 하륜 묘소 주변으로 진양하씨 묘소 6기가 모여 있어 오방리 조선조 고분군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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