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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7>연화도박종현(시인, 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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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14  22: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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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덕암 쪽에서 바라본 용머리


◇설렘과 동경도 힐링이다

섬,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마음 속에 섬 하나를 키우며 산다. 그 섬은 동경과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아득한 바다 저편에 솟아 있을 수도 있고, 고립과 외로움으로 망망대해에 떠 있을 수도 있다.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섬으로 인해 우리는 끊임없이 낯선 곳을 동경하여 어디론가 떠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세상과 금을 그어놓고 자신의 뜻과 삶을 지키면서 살아가려고 하는 고립된 마음을 안고 살아가기도 하는 것 같다. 아직 한번도 가 보지 않은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것, 그 기다림의 시간은 항상 우리들에게 설렘과 그리움을 준다. 그 기다림은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곳에 갔을 때보다 더 설레게 할 때도 있다. 그 순간엔 작은 아픔이나 괴로움은 모두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는 좋은 힐링타임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것 자체가 설렘이요, 힐링이다. 이번에 떠난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7 ‘환상의 섬, 연화도’가 그러했다. 하나의 섬을 두고 왜 ‘환상의 섬’, ‘슬픈 전설의 섬’이라는 두 개의 모순된 이름을 붙였을까 하는 화두를 품고, 국민체력센터(원장 이준기) 명품 걷기 클럽인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과 함께 설렘과 동경을 가슴에 안고 떠났다.

어느 지역방송에서 경남 100경을 방영하는 프로그램에서 본 연화도 용머리, 그 환상적인 비경을 보고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리라 마음먹은 일이 이루어지는 날인만큼 몹시 설렌 아침이었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11시에 출발하는 도선을 탄 일행들은 모두가 들떠 있었다. 뭍에서만 있을 줄 알았던 미세먼지가 바다까지 따라와 해무와 뒤섞여 섬들을 갉아먹고 있다. 던져주는 새우깡을 먹기 위해 달려드는 갈매기들의 날갯짓 때문이었을까 미세먼지와 안개가 걷힌 틈새로 연화도가 이뿐 자태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 연화도인과 사명대사가 수도했던 토굴


◇슬픈 전설이 깃든 환상의 섬

서울 삼각산에서 수도생활을 하던 한 도인이 연산군의 억불정책에 쫓겨 남쪽 연화도를 찾아 연화봉 토굴에서 불상 대신 둥근 돌을 모셔놓고 예불을 올리며 수행하다가 깨우침을 얻었다고 한다. 이 도인은 입적하면서 ‘자신의 시신을 바다에 수장시켜 달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주민들이 도인의 시신을 바다에 던지니 도인의 몸이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났다. 이에 섬 이름을 연화도(蓮花島)라고 일컬었으며 입적한 승려를 연화도인이라 불렀다고 한다. 연화도인의 제자인 사명대사가 도인의 불심을 계승하기 위해 이 섬에 들어와 수도 생활을 하게 되자, 사명대사를 사랑했던 세 여인이 수소문해서 연화도까지 찾아왔는데 누이동생 보운, 약혼녀인 보련, 대사를 짝사랑하다 수도승이 된 보월이다. 세 여인과 함께 토굴에서 수도생활을 하여 득도를 했는데 이 세 비구니를 일컬어 자운선사라고 한다. 세 여인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승려로서의 길을 걸어가신 사명대사와 대사를 연모하던 세속적인 사랑을 불심으로 승화시킨 세 여인의 사랑 이야기는 참으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사명대사와 자운선사에 대한 전설을 듣고서야 출발할 때 품었던 화두인 ‘슬픈 전설의 섬’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배에서 내려 처음부터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다. 점점 높이 오를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 하나하나가 절경이었다. 연화봉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말 그대로 절경이었다. 그리고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연화도 용머리, 보덕암에서 바라본 용머리는 그야말로 비경이었다. 살짝 해무가 가려주었을 때의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 비경을 두고 연화도를 환상의 섬이라고 이름을 붙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두 번째 품은 화두도 풀린 셈이다. 이러한 환상의 섬에 사명대사와 세 여인의 사랑이야기가 전설로 남아 있어 그 전설이 더욱 슬플 수밖에 없었다.

 
   
▲ 연화봉에서 내려다 본 양식장 모습


◇쉬엄쉬엄 길과 용의 승천

용머리처럼 펼쳐진 비경을 보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하늘의 조화인가? 구름다리(출렁다리)에 닿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용머리까지 얼마남지 않았는데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바라본 용머리는 비와 운무에 가려 잘 보이질 않았다. 용의 꿈이 승천(昇天)인 것처럼 비와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 때문에 돌아서야 하는 내 젖은 눈에 맺힌 연화도 용머리는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승천하는 신비로운 용의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연화도 트래킹은 쉬엄쉬엄 걸어서 해야한다고 ‘쉬엄쉬엄 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왜 이런 말을 붙였는가는 연화도 비경길을 한번 걸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몇 걸음만 걸어가다 고개를 들면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발 아래 펼쳐진 정감어린 오솔길과 먼발치 바다의 파수꾼처럼 지키고 선 섬들, 그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고 쉬었다가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떼서 길을 걷다가 또 펼쳐진 비경에 취해 더뎌지는 발걸음 때문에 ‘쉬엄쉬엄 길’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트레킹 코스는 연화도선착장→연화봉(아미티대불)→연화도인.사명대사 토굴터→보덕암→5층석탑→전망대→만물상→출렁다리→용머리전망대→동두마을→연화사→연화도선착장으로 오는 총 거리 13km의 풀코스로써 4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우리는 안타깝게도 비 때문에 출렁다리까지만 가고 되돌아와야만 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가는 걷기힐링이라서 연화봉 근처에서 안전과 건강, 행복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내고, 회원 한 분이 스폰을 한 떡만두국을 점심으로 맛있게 먹었다. 추운 날씨에 산 위에서 뜨끈뜨끈한 떡만두국을 먹는 맛이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었다. 산행이나 걷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다. 걷기를 마치고 연화도선착장에 오니 배 시간까지 1시간 이상이나 남았다. 남은 시간을 이용해 고등어회를 시켜 먹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먹어본 고등어회, 분위기와 풍경이 맛을 더했겠지만 이처럼 맛있는 회는 처음 먹어봤다. 모두들 불콰해진 얼굴로 여객선에 올랐을 때는 사람들의 얼굴에 화사한 연꽃 웃음이 활짝 피어있었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하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연화도는 점점 멀어져가는데 탐방객 얼굴은 모두 비에 젖은 연꽃 송이처럼 아름다웠다.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설렘과 동경의 마음으로 가득 채워줬던 연화도, 그 꿈이 실현되는 이 순간 우리를 허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환희와 기쁨으로 우리들 가슴을 채워주었다. 슬픈 전설이 서려있어 더욱 아름답고 환상적인 연화도, 오래오래 그리움으로 내 곁에 남아있을 것 같다. 설렘과 그리움, 이 또한 아름다운 힐링이다.

박종현(시인, 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억새 숲으로 난 연화도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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