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봄
봄
삭막한 우리 가슴에 내리치는 풀벼락
-김영빈(독자)
1초에 무려 10만 km를 간다는 벼락의 속력엔 견줄 바 아니지만, 저렇게 엎드린 채 낮은 보폭으로 제 앞에 놓인 길은 놓치는 법이 없다. 아주 작은 균열마저도 풀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길속의 길을 따라 푸르게 전진 또 전진하며 천하에 봄을 알리려는 듯 도화선처럼 번져가는 것이다.
마치 일본의 하이쿠를 연상케 하는 저 한 줄의 봄! 대중시(詩)로 확고한 자리를 잡은 하이쿠가 일본의 것이라면 우리나라에는 디카시가 있다. 짧지만 긴 여운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새로운 문예운동으로 디카시가 발아한 지 10여 년. 갈수록 시가 어렵다는 독자들의 가슴팍에 풀벼락처럼 확산되고 있어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와 교류 중이다. 올 8월엔 ‘경남고성 국제디카시페스티벌’이 개최될 예정이다.
전국 유수한 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2016년 ‘디카시’ 봄호가 반년간지에서 계간지 시대로 한발 내딛게 된다. 통권 제17호 출간에 즈음해 봄처럼, 풀벼락처럼 환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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