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76)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76)
  • 경남일보
  • 승인 2016.03.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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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경남문단에 최근 발표된 소설과 수필들(8)
거제대학 강돈묵 교수의 두 번째 작품을 읽었다. ‘이 빠진 자리’라는 작품인데 다들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법한 어린 시절의 흔들리는 잇빨 뽑아내기 이야기다. 어릴 때 아버지가 흔들리는 잇빨을 뽑아 주셨고, 나이가 들면서는 잇빨을 뽑은 자리에 병원에서 의치를 심을 수 있었는데 이때까지는 잇빨을 가지런히 보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의치마저 넣지 못하고 그 자리를 비워둘 수밖에 없게 되면서 그 황당함에 어찌할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는 잇빨에 관한 애환의 역사를 들려준다. 아버지가 어릴 때 잇빨 뽑아주는 과정이 있는데 최종적으로 뽑을 때는 많은 형제와 누나들이 한 자리 앉아 관전하고 있다가 잇빨이 실에 매여 뽑혀나올 때는 일제히 박수를 쳤다는 것이다.

수필은 그 형제들이 하나 둘 빈 자리를 보이는 것을 잇빨의 빈 자리로 보면서 우애로 가득했던 집안이 어느새 허전해지고 있음을 드러내 준다. 그럼에도 작품은 아버지와 형제들이 이루는 가정의 따뜻함 때문에 추억 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돈독한 우애를 떠올리게 하여 한 가정 한 자리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작품의 흐름을 보면 ‘등줄기 식은 땀 흐르는 이 빼기의 추억-흔들리는 앞니와 그 이후의 이 빼기-송곳니 빼기-의치 심기-의치도 심을 수 없이 비워 두는 빈 자리-형제들의 빈 자리-그때의 추억과 그리운 아버지’로 요약된다. 좋은 수필은 구성이 작위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흐름이 자연스럽고 이야기가 따뜻하고 재미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 빠진 자리’는 그런 요건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아래 ‘송곳니 뽑는 대목’을 일부 옮겨 보기로 한다.

“가장 힘들게 뺀 이는 송곳니였다. 송곳니는 아버지의 점검도 오래 지속되었다. 아버지가 송곳니를 빼 주시던 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다른 때와 다르게 실도 많이 준비하셨다. 아버지는 실을 내 송곳니에 묶고 그 끄트머리를 문고리에 매달으셨다. 아버지의 동작을 바라보는 나는 벌써 사색이 되어 있었고 형과 누나들도 숨을 죽이고 침을 삼켰다.”

“‘눈 감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내가 궁둥이에 힘을 주고 앉자 마자 느닷없이 문이 활짝 열리며 내 입술에 물려 있던 실에 탄력이 느껴졌다. 그러나 아직도 이는 내 입안에서 버티고 있었다. 문이 닫혔다가 다시 열리는 순간 커다란 바윗돌이 내 가슴으로 떨어지는 공포가 밀려왔다. 문이 여닫기를 하며 바윗돌이 여러 번 내 가슴을 친 다음에야 내 입에 물려 있던 공포가 고무줄처럼 튕겨져 나갔다. 그러면 지켜보고 있던 형제들이 먼저 박수를 보내며 좋아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아버지의 말씀대로 하면 까치가 한 달이 가기 전에 제 이를 내게 넘겨준다는 사실이었다. 휑하니 빠져나간 빈 자리에 까치의 이가 돋아났다. 이 일이 거듭되면서 나는 이를 빼는 공포는 새 이를 갖기 위한 몸부림이고 반드시 다시 나온다는 신뢰감 속에서 이루어진 일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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