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60> 대구 근대골목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60> 대구 근대골목
  • 경남일보
  • 승인 2016.03.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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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생생한 대한민국 근현대사
▲ 삼성상회 터


한국전쟁 당시 다른 지역에 비해 그렇게 피해가 크지 않았던 대구는 전쟁 전의 생활상이 비교적 잘 유지 보존된 지역이다. 따라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 도심에는 대구읍성 철거 전후를 중심으로 한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 스토리가 집중되어 있다. 이번에는 살아있는 역사와 함께 주변 전통시장에서의 뿌리 깊은 맛과 멋을 찾아 만난 대구 근대골목 이야기다. 합천 진주 거창 대구에서 모여든 멤버들의 여행 출발지를 달성공원으로 정했다. 공원으로 올라보니 온통 백설로 가득하다. 공원의 곳곳을 누비며 도심 속 겨울풍경을 쉼 없이 즐겼다. 달성공원은 삼한시대의 부족국가를 이루었던 달구벌의 성터에 토성 1600m와 산책로 잔디 광장 화단 등의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

종합문화관을 비롯하여 동물원 관풍루 망향루가 있다. 최제우 동상을 비롯해 의병장 허위 공덕비, 달성서씨 유허비, 어린이 헌장비, 이상화 시비, 어린이 놀이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시민의 휴식공간으로는 물론이고 대구의 역사를 되새겨볼 수 있는 유적지로도 유명하다.

 
▲ 대구근대역사관


공원을 나서 삼성이 시작된 삼성상회터를 찾았다. 서문시장 한편에 옛 건물을 부조식으로 만든 조형물이 서 있고, 주변은 조그마한 공원으로 꾸며진 곳이 바로 삼성의 발원지인 삼성상회터이다. 의외로 내가 아는 삼성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금고가 위치했던 기둥을 끌어안고 함께한 우리 모두가 부자로 살아가기를 기원하며 인근에 있는 이병철 창업주 고택도 둘러보았다. 평범한 한옥집이다. 바로 대구근대역사관으로 향했다.

대구근대역사관은 1932년 건립된 옛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으로 설립한 서양풍의 건물로 일제 강점기 때 조선에 대한 금융지배와 식민지 수탈의 상징으로 악명이 높았던 건물이었다. 지난 2011년 1월 24일 개관하여 시 유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되었다. 연면적 1971㎡의 규모로 1층 상설전시실과 2층 기획전시실, 체험학습실, 문화강좌실 등을 갖추고 19세기 후반~20세기 초 대구의 생활 풍습 교육 문화 등을 모형 전시물 영상 등으로 실감나게 전해주는 곳이다.

 
▲ 경상감영 공원



바로 옆 경상감영공원은 조선 선조 때 경상감영이 있던 곳으로 그 터를 보전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1910년부터 1965년까지 이곳에 경상북도 도청이 있었고, 도청이 옮겨간 후 공원으로 조성되어 중앙공원이라 부르다가 1997년 경상감영공원으로 명칭을 바꾸었단다. 공원 안에는 경상감영 관찰사가 집무를 보던 선화당과 경상감영 관찰사 처소로 쓰이던 징청각이 남아 있고, 관찰사와 대구판관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총 29기의 선정비가 있다. 그밖에 옛 건물의 멋을 살린 정문 분수 돌담 자갈이 깔린 산책로와 조국통일을 기원하는 통일의 종 등이 있다.

점심식사는 교동시장의 먹자골목에 자리한 남도횟집에서 무침회와 소라로 계획하고 교동시장으로 갔다. 삶은 소라와 모듬무침회를 주문하니 시원한 콩나물국이 먼저 나오고 이어 소라와 무침회가 차례로 나와 비빔밥 그릇에 살짝 올려 무침회를 한 점해보니 과연 40년 전통의 맛집답다.

열을 내리게 하고 눈을 맑게 하는 것으로 알려진 쫄깃쫄깃한 소라와 무침회는 딱 잘 어울려 저렴한 가격으로 옛 추억을 더듬기에 딱 안성맞춤이다.

▲ 약령시
▲ 약령시한약박물관


읍성길을 걸어 약령시로 간다. 약령시한약박물관은 350여 년의 전통인 약령시의 역사와 약전골목의 유래를 한눈에 보며 체험할 수 있는 전시문화 공간이다. 박물관 3층에는 약령시의 유래와 발전과정 등을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으로 소개하고 각종 희귀 한약재를 비롯해 동의보감 등의 한의서와 약작두 등의 한방관련용품 3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대형약탕기가 눈길을 끌고, 1층 전국유일의 한약재 도매시장은 5일마다 장이 서 전국의 한약재가 들어온다고 한다.

약재를 구입하여 대구·경북지역 신앙의 요람인 계산성당을 찾았다. 계산성당은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현재 주교좌성당으로 대구와 경북지역 가톨릭의 중심지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주의 전동성당과 함께 우뚝 솟은 쌍탑이 아름다운 성당으로도 유명하다. 성당 밖 등나무 벤치 옆으로 이름이 붙은 감나무가 있어 그 사연을 알아보니 일제 때 화가로 활동했던 이인성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을 계산성당과 함께 크게 그려 놓은 나무를 바로 이인성나무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재미있다.

 
▲ 이상화 고택
▲ 의료선교박물관


성당 가까이에는 이상화 고택과 서상돈 고택도 있다. 이상화 고택은 항일문학가로 잘 알려진 이상화 시인이 거처하던 곳.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민족의 광복을 위해 저항정신의 횃불을 밝힌 선생의 시향이 남아있는 곳이다. 문학기행을 온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암울한 시대를 살면서 일제에 저항한 민족시인 이상화의 정신을 기리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비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맞은 편 조선 말기의 기업인이자 관료를 지내고 독립 운동가였던 서상돈의 생가에도 들러 그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이제 비탈길을 조금 올라 가곡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언덕을 찾았다. 대구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 불리는 곳으로 이곳에는 눈에 띄는 서양가옥 세 채가 있다. 이들은 대구에 기독교가 전파되었을 때 선교활동을 한 미국인들의 집인데, 지금은 이 건물들을 각각 선교 의료 교육 역사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 청라언덕 비석
 
▲ 달성공원 코끼리


이제 해거름이다. 청라언덕에서 내려다 본 거리의 인파 속으로 우리도 함께 빨려 들어가 잠시 다락방찻집에서 목을 축이고 서문시장으로 들어갔다. 서문시장은 조선 중기부터 형성된 시장으로 옛 이름은 대구장인데 조선시대 때는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전국 3대 장터 중 하나였다. 저녁식사는 시장의 맛집으로 인기 있는 경희식당에서 찜갈비를 먹었다.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고 어쩌면 집밥보다 더 맛있는 밥집에서 먹는 찜갈비는 마늘과 양념을 아끼지 않아서인지 돼지고기의 특유한 냄새가 전혀 없어 누구나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연한 고기는 한 입하면 그냥 녹을 정도로 식감이 좋았다. 찜갈비에 직접 콩을 삶아 만들어 내는 청국장을 함께 내놓는데 청국장 또한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맛있는 찜갈비의 은은한 맛을 머금고 가수 김광석이 살았던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그의 삶과 음악을 테마로 조성한 벽화거리인 김광석 길을 걸었다. 천재 가수 김광석을 추억하며 대구 근대골목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무침회와 소라
문어숙회와 소라들



계산성당

찜갈비
김광석 길
달성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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