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어린이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을
[경일포럼] 어린이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을
  • 경남일보
  • 승인 2016.03.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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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차관)
“찔리고, 베이고, 삼키고…장난감이 위험해” 올해 초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어린이 장난감의 안전 실태를 토대로 어느 일간지가 보도한 제목이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장남감에서 내분비계 장애물질인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허용기준을 최대 452배나 초과했다. 어떤 장난감에서는 납이 허용기준을 9.7배나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납은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나 ‘중추신경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중금속 환경유해물질이다. 환경부가 2015년 한해 동안 어린이집, 유치원 등 1만 5040곳을 대상으로 환경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15.8%인 2372곳에서 도료나 마감재에서 중금속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파 방정환(方定煥) 선생이 살아 계셔서 이 소식을 들었다면 크게 호통 치셨을 것이다.

어린이는 신진대사가 어른에 비해 활발하다. 단위체중당 흡입하는 공기의 양이 성인의 3배에 달하고 마시는 물의 양도 7배다. 지난 2002년 미국 환경청은 아직 걷지를 못하는 유아는 바닥을 기거나 물건을 빠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환경유해물질을 성인보다 3배나 많이 섭취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혈액 중 납 농도(㎍/㎗)가 중고생(1.11)보다 초등학생(1.26), 영유아(1.34)로 어릴수록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도 우리나라 아토피 피부염 진료환자 2명 중 1명이, 천식 진료환자 3명 중 1명이 어린이로 나타났다. 이들 자료들은 어린이가 환경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어린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배우는 유치원 등의 활동공간이나 즐겨 쓰는 학용품, 장난감 등은 중금속이나 내분비계 장애물질과 같은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용품은 항상 어린이들이 입으로 빨아 유해물질을 흡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제조하고 판매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도 어린이용품을 선택할 때 환경인증마크를 받은 제품인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정부는 어린이 건강보호를 위해서 다양한 환경안전 대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석면이 없고 실내공기질 기준 등을 지키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는 ‘환경 안심 인증서’를 부여하고 있다. 매년 시중에서 유통되는 4000여개의 어린이용품을 구입해서 유해물질 함유 정도를 조사하고, 문제제품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정책도 함께 추진 중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어린이 환경보건 출생코호트 사업’을 시작해 태아기부터 영유아, 청소년기까지 성장단계별로 환경유해인자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찾아내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 활동공간과 어린이용품 점검결과 등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chemistory.go.kr, info.childcare.go.kr) 등을 통해 공개해 오고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어렸을 때 만들어진 습관과 자세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일깨워 주는 말이다. 돌려 생각해 보면 어릴 때의 건강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어린이에게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사명이 크다. 따사로운 봄날, 우리의 꿈이자 미래인 어린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데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어른들이 살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연만 (환경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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