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서책, 콩즙으로 종이 코팅했다"
"구한말 서책, 콩즙으로 종이 코팅했다"
  • 연합뉴스
  • 승인 2016.03.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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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당사주책 종이 변색 현상 연구
 
모서리 부분이 갈색으로 변색한 ‘당사주요람’. 이 책은 사주를 토대로 천상에 있는 별의 운행 방식에 맞춰 길흉을 점치는 방법을 정리한 서적인 당사주책(唐四柱冊)의 일종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모서리 부분을 분석해 콩즙과 같은 식물단백질로 코팅했다고 밝혔다.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구한말 서책을 만들 때 종이에 강도를 높이고 방수 기능을 더하기 위해 종이를 콩즙과 같은 식물단백질로 코팅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오준석 학예연구관과 전지연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당사주책(唐四柱冊)의 변색한 가장자리 부분을 조사해 콩 단백질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견했다.



당사주책은 사주를 토대로 천상에 있는 별의 운행 방식에 맞춰 길흉을 점치는 방법을 정리한 서적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사이에 민간에서 펴낸 것으로 추정되는 당사주책 아홉 권이 있으며, 그중 일곱 권에서 모서리 쪽을 중심으로 종이가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褐變) 현상이 나타났다.

오 연구관과 전 연구사는 광학현미경과 적외선분광광도계 등으로 ‘당사주요람’, ‘당결’, ‘당사주’, ‘당화사주’ 등 당사주책 네 권을 분석해 갈변 부위의 종이섬유에 미지의 물질이 섞여 있고, 이 물질은 아교나 콩 단백질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다만 아교는 시간이 지나도 색 변화를 일으키는 사례가 거의 없고 접착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색을 유발한 물질은 콩 단백질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들은 “콩즙을 바르면 광택과 끈적임이 거의 없는 반면, 기름을 바르면 광택이 나고 끈적거리며 기름이 찌든 냄새가 난다”면서 “기름을 칠하면 코팅력은 강하지만 건조나 가열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해 번거롭지 않은 콩즙으로 종이를 코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기름은 종이에 칠하는 순간 바로 스며들어 미관을 해치지만, 콩즙은 도포한 뒤에도 일정 기간은 색감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 연구사는 “종이를 코팅할 때 콩즙을 사용했다는 문헌 기록은 없으나, 초상화 밑그림을 그릴 때 쓰는 유지(油紙)에 기름 대신 콩즙을 바르는 기법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식물단백질 코팅은 책 외에도 윷판, 부채, 갈모, 삿갓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당사주책은 책장을 자주 넘기다 보면 찢어질 우려가 있어 코팅이 필요했고, 갈변된 모서리 부분만 콩물에 담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문화재 연구 특성상 한정된 시료로 비파괴분석을 할 수밖에 없어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생활문물연구’ 제31호에 게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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