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나이 방송통신중학교 입학한 김종태씨
여든 나이 방송통신중학교 입학한 김종태씨
  • 김송이 수습기자
  • 승인 2016.03.2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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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선배 아내와 등굣길 기대돼"
▲ 김종태.


일 년 열두 달 중 ‘설렘’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달은 언제일까. 그것은 아마도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 3월이 아닐까싶다. 인터뷰를 위해 진주 방송통신중학교를 찾은 3월 중순, 괜스레 마음이 설레었다. 지난 27일 첫 수업을 앞두고 걱정 반 설렘 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만학도 김종태씨(80·진주시 신안동) 역시 인턴 딱지를 막 뗀 수습기자만큼이나 올 봄이 남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진주 방송통신중학교는 국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학교다. 배움의 기회를 놓쳐 공부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지역 어르신들을 모집해 매달 2회(일요일) 진주중학교(중앙동소재)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아들·손자·며느리가 모두 참석해 진귀한 풍경을 만들었던 방통중학교의 입학식에는 오늘의 주인공 김종태 할아버지도 함께였다.

그는 “입학식에서 꽃다발을 받는데 왠지 모를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며 “어린시절 어려운 환경 탓에 공부를 이어갈수 없었지만 다시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다”고 전했다.

김종태 할아버지는 입학식에서 받은 교과서 이야기를 꺼냈다. 새 교과서를 받아 기쁜 한편 해야 할 공부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한 것이 사실이란다. “요즘은 교과서도 참 많더라고요. 그 공부를 다 어찌할까 싶어(웃음)”라면서 “그래도 교과서를 받아 보니 정말 학생이 됐다는 마음과 함께 새로운 친구를 만날 생각에 설레임과 기대감이 들었어”라고 말했다.

김종태 할아버지는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다소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방통중 2학년 선배인 아내를 보고 자신도 입학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처음엔 안가겠다고 했지. 이 나이 먹고 학교는 무슨 학교야. 그런데 우리 집사람이 학교 다니면서 참 좋다는 말을 많이 했거든. 집에 와서는 숙제도 하고 복습도 하는 모습 보면서 나도 자극이 되더라고. 컴퓨터라고는 알지도 못하던 사람이 숙제한다고 타자치고 이것저것 만지는 거보니까 신기하더라고. 나도 학교에 가보겠다 말하니 제일 좋아했던 게 우리 집사람이지. 적극추천이라고 하더구먼.”

김종태 할아버지는 진작 등교준비를 마쳤다. 첫 수업 시간표에 맞춰 아내가 사준 새 책가방에 교과서와 학교에서 준 필기도구를 챙겨 넣었다.

“아내가 책가방을 사주고 필기구도 챙겨주는데 정말 학생이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구”라며 “이제는 할아버지가 아니고 학생이라 불러줬음 좋겠네요(웃음)”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2차 대전과 6·25 등 모진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어려웠던 가정형편을 이유로 포기해야만 했던 공부. 동네 형들과 친구들이 학모를 쓰고 학교에 등·학교 하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던 그 시절 그 마음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감회가 새롭다’라는 말을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다고 전했다.

“공부는 좀 어렵겠지만 같은 반 동기들이랑 서로 의지하며 재밌게 다니고 싶어. 여생 건강하게 즐겁게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나”라며 “또 아내처럼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해 그동안 못다한 공부를 즐기면서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인터뷰를 위해 이렇게 학교를 다시 찾았는데 분필도 잡아보고 책상에도 앉아보니 마음이 뭉클해지고 어릴적이 생각나”라며 “나처럼 어린시절 여러 환경 속에 학업을 이어나갈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알아. 그들도 지금의 내 모습처럼 새로운 도전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아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봄이 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한때 나를 찾았던 그 봄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 인생의 봄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든 나이에도 공부라는 도전을 시작한 김종태 할아버지. 그의 팔십 인생에 또 다른 봄이 왔노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김송이 수습기자·사진=김영훈기자


 
▲ 책상에 앉아 책을 바라보면서 그는 학생으로 다시 돌아간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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