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구상유취와 40대 리더론
[의정칼럼] 구상유취와 40대 리더론
  • 박철홍
  • 승인 2016.03.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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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국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사기(史記)를 보면 한나라 고조 유방이 초(楚)의 항우와 천하를 걸고 싸우고 있을 때 한나라에 복종했던 위나라 왕표가 한나라의 패색이 짙다고 보고 자신의 안위를 생각해 초나라의 편에 붙었다. 유방은 신하인 역이기를 보내 만류했으나 왕표가 전혀 뜻을 굽히지 않아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결국 유방은 위나라를 치기 위해 한신을 보냈는데, 한신이 위나라의 대장이 누구인지를 묻자 백직이라고 대답하자 유방은 “시구상유취(是口尙乳臭) 안능당오한신(安能當吾韓信) 입에서 아직 젖비린내가 나는 자로구나. 백전백승의 우리 한신에게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구상유취(口尙乳臭)’라는 말이 유래됐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이 말이 다시 한 번 크게 회자된 것은 1971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신민당 원내총무 김영삼 의원이 대통령 후보지명에 출마할 것을 선언할 때이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해 젊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40대 기수론’을 주창했는데, 당시 신민당 유진산 총재가 이를 폄하하며 입에서 아직 젖비린내가 난다는 ‘구상유취’라는 말로 그들을 견제하려 했다. 하지만 40대 기수론은 대세가 돼 신민당 대통령 후보지명대회에는 40대인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이 후보로 출마하게 되었다.

지난 1970년대에 주창된 ‘40대 기수론’이 오늘날에는 세계적인 흐름으로 굳어가고 있다. 2005년 영국 보수당 당수선거에서 39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이 보수당의 변화와 개혁의 기치를 내세워 당수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는 2008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더니 2010년 총선에서도 승리를 거둬 1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일궈냈는데, 당시 그의 나이 43세이고 영국 역사상 198년 만에 등장한 최연소 총리라고 한다.

캐나다의 43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자유당 당수도 총선 전면에 나서자 유세 초반 언론과 국민은 그를 이번 총선의 흥밋거리 정도로 여겼다. 하퍼 총리는 “쥐스탱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대놓고 깎아내렸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트뤼도 당수에겐 총리를 지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에너지와 리더십’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늘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하퍼 총리의 10년을 끝내고 캐나다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기회가 왔다”는 것을 강조하며 새로운 캐나다 건설에 앞장서고 있다.

45세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 46세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 등 가히 세계는 ‘40대 리더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현실은 세계적인 추세와 괴리감이 큰 듯하다. 이번 20대 총선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각 당의 청년위원들의 실망감과 자괴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선 등 선거 때면 당의 각종 행사나 유세에 청년들의 힘이 필요하다며 온갖 궂은일은 다 시키고도 원내 진입에는 굉장히 인색하다. 필자도 역임한 중앙당 중앙청년위원회는 ‘젊은 피’를 양성하기 위한 당의 직속기구이지만 예산은 초라하기 짝이 없고 이번 중앙청년위원장은 당선권 밖인 비례대표 36번을 받아 무늬만 갖춰 주는 셈이 됐다.

국민들이 변화와 개혁에 목마를 때 40대 리더가 등장한다. 그들은 정치, 경제, 사회 일부분이라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개혁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젊은 리더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구상유취의 폐쇄적 편견과 새로운 개혁과 변화’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 올지 모른다.
 
강민국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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