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61> 남해 금산 주변 이야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61> 남해 금산 주변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04.0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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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과 남해바다의 절묘한 조화 만끽
▲ 금산 망대

기암괴석들로 뒤덮인 남해 금산은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서 유일한 산악공원이다. 높이 705m인 주봉에는 봉수대인 망대가 있고, 그 왼쪽에는 문장봉 대장봉 형사암 등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삼불암 천구암 등의 암봉이 솟아 있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여기에 보광사라는 절을 세웠다고 하여 원래는 보광산이라 했는데 고려 말 태조 이성계가 이 산에서 100일기도 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하게 되었다하여, 그 영험에 보답하는 뜻으로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겠다고 하면서 금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에 잘 어우러진 울창한 숲과 그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와의 절묘한 조화는 금산 38경의 진가를 느끼게 한다.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 한국의 아름다운 길을 달린다. 냉천과 동대만의 갯벌체험장을 지나고 창선교 양쪽으로 펼쳐져 있는 원시어업죽방렴을 보며 독일마을로 들어선다. 독일마을은 1960년대에 산업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되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독일거주 교포들이 국내에 정착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이국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조성한 곳이다. 교포들이 직접 건축부재를 수입하여 전통적인 독일 양식 주택을 건립하였는데, 이들은 주거지 및 휴양지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민박으로도 운영하여 다양한 독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 원시어업죽방렴


영화 국제시장을 통하여 1960년대 어려운 시기에 독일에 파견된 간호사와 광부들이 조국근대화와 경제발전에 헌신한 공을 파독전시관에서 확인하고 바로 옆의 원예예술촌으로 간다. 원예예술촌은 탤런트 박원숙씨를 비롯하여 뜻을 같이하는 원예인들이 평생 꿈으로 품어온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하여 예쁜 마을을 만들어 놓았다. 잠깐 들리면 입장료가 아까운 생각도 들겠지만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한 수제 초콜릿 만들기, 우드아트, 전사컵 만들기, 가죽공예체험 등을 즐길수 있다.

이국적인 문화와 아름다운 정원을 뒤로하고 2만 3397㎡에 달하는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어군을 유도할 목적으로 해안에 나무를 심어 가꾼 숲 물건방조제어부림으로 내려갔다.

이 숲은 어업보다 마을의 주택과 농작물을 해풍으로부터 보호하는 방풍림의 구실을 하고 있다. 19세기 말에 숲의 일부를 벌채하였다가 그 해 폭풍을 만나 상당히 큰 피해를 입은 뒤, 이 숲을 해치면 마을이 망한다고 생각하며 나무를 베는 사람은 5원씩의 벌금을 받기로 정하여 숲을 지켜왔다고 한다.

항도몽돌해변을 찾았다. 항도몽돌해변은 미조면 송정리 항도마을, 일명 목섬마을로 알려진 어촌마을의 몽돌해변이다. 해수욕장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항도몽돌해수욕장이라고 불려진다. 항도라는 마을 이름은 썰물 때 마을 앞바다 작은 섬에 물이 빠지면 마을과 이어지는 목처럼 잘록한 바닷길이 드러난다 하여 목 항(項)자를 써서 지었다. 바닷가의 선착장을 중심으로 오른편에는 백사장, 왼편에는 몽돌밭이 펼쳐져 있는데 몽돌해변은 길이 약 800m, 폭 약 50m로, 수심이 얕아 해수욕을 하기에 좋으며, 팥섬 딴목섬 등으로 불리는 작은 섬들과 여기저기 널린 갯바위 그리고 수중동굴이 빚어내는 경치 또한 뛰어나다.

 
▲ 항도몽돌해변


이제 점심식사를 위하여 3번 국도 시점을 지나 미조항으로 들어선다. 남해 미조항은 미조면 미조리에 위치한 어항이자 미항으로 미륵이 도운 마을이라는 전설로 붙여진 이름이라 하였다는데, 예전에는 군항으로 중요한 몫을 담당했던 군사적 요충지였다. 미조항에서는 해녀들이 물질을 하여 공수한 전복 소라 해삼 등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에서 전복이 으뜸이다. 붉은 갈색을 띤 전복을 얇게 썰어 한입해보니 밀키한 향에 치밀한 조직의 단단한 식감이 입에 착 달라붙는다. 소라와 해삼도 더 없이 좋았고 자연산 전복 1개가 통으로 들어간 전복죽은 하루 전에 내장과 함께 숙성시킨 전복 살, 불린 쌀에 참기름과 소금만을 넣어 끓여 은은한 연둣빛을 띄며 아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미조 바다의 짙은 향을 뒤로하고 송정솔바람해변을 지나 상주은모래비치로 간다. 울창한 송림으로 둘러싸여 유난히 하얀 백사장이 특징인 상주해수욕장은 남해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이다. 수심이 완만하면서 얕고 수온 또한 따뜻해 아이를 동반한 가족휴양지로도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수욕장 양 옆과 뒤편으로는 남해 금산의 절경이 한 폭의 병풍처럼 둘러싸고 바닷물 또한 유난히 맑고 파래 마치 아름다운 호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제 금산으로 오른다. 기암괴석이 금강산을 닮았다고 하여 소금강 혹은 남해금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15경인 쌍홍문을 비롯하여 무려 38경이 해발 705m의 조그마한 산에 자리하고 있으니 그저 대단할 따름이다. 등산로는 금산탐방지원센터 두모계곡입구 복곡탐방지원센터 등 여러 갈래의 길이 있으나 금산의 정문은 쌍홍문이라고 하고 싶다. 두 개의 큰 굴이 웅장한 바위에 뚫려있어 이 문을 들어서면 바로 바위 전시장이 펼쳐지는데 굴속은 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분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연인들, 전지훈련을 온 운동선수들, 수련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금산에 올라 금산 38경과 보리암 등을 둘러보았다.

 
▲ 미조항


중국 진시황의 아들 부소가 귀양살이를 하고 갔다는 전설의 바위 부소암도 있다. 두모계곡으로 하산하였다. 아름다운 앵강만을 달리며 해풍과 해일을 막아주는 방풍림이 있는 앵강다숲마을을 지나 6·25, 월남전참전국가유공자탑을 참배하고 다시 독일마을로 가 이봄에 맞는 계절음식인 멸치코스요리를 만났다. 죽방렴에서 건져 올린 고운 멸치로 다양한 멸치요리를 선보이는데 특히 부드러운 우거지와 멸치가 듬뿍 들어간 칼칼한 멸치찌개는 환절기 면역성이 떨어지기 쉬운 속을 따뜻하게 데워 좋다.

남해 특산물인 마늘을 듬뿍 넣어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멸치회무침을 밥에 얹어 먹는 멸치회덮밥으로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하며 남해 금산 주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독일마을


전복과 소라

 
전복죽
상주은모래비치
원예예술촌
쌍홍문
부소암
멸치코스
6.24월남전참전국가유공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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