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in 풀 스토리]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직장 in 풀 스토리]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 김귀현
  • 승인 2016.03.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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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증거를 찾아서…과학지식 범죄수사에 접목
사건·사고 현장에 진입한 경찰은 증거 수집에 몰두한다. 한 톨이라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범행 흔적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지문과 족적을 채취해 대조한다. 살인 사건 현장에서는 혈흔의 방향까지 놓치지 않는다.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따라 범인의 죄질과 죄목 적용이 판가름나기도 한다. 지난해 15시즌을 끝으로 종영한 해외 드라마 ‘CSI’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 속의 일이 아니다.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의 일상이다.



“이론만 살펴봐도 과학 수사가 단일 학문에 한정된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생물·화학… 동원되지 않는 학문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업무 범위도 넓다.”

서부권광역과학수사팀을 이끄는 황찬원(54) 팀장(경위)은 머리카락 한 올조차 허투로 넘길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과학적 증거자료가 제시되지 않으면 심증은 의문스러운 짐작이 되고 만다. 피의자가 범죄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 더욱 신중해진다. 과학수사대가 하는 일은 그야말로 험하다. 흉기에 찔린 시신이 있다면 어떻게 다쳤는지, 가해 방법이 무엇인지 등을 낱낱히 들여다 본다. 용의자를 추궁하는 단서가 나오는 곳이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범죄 증거물을 찾는 것이 이들의 업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체의 모든 부분은 결국 증거가 된다. 사람 좋게 웃던 그가 미세 증거물을 설명하며 매서운 눈길을 보냈다.

“사실상 보풀, 의복에서 빠진 세실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소재나 직조 과정이 드러나는 순간 범죄 전반을 들여다보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황 팀장은 곧 관내서 발생한 살인 사건 한 건을 떠올렸다. 지난 2014년 가을에 발생된 사건은 처음 가정폭력으로 신고가 들어왔다. 아버지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아들은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던 끝에 몸을 밀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시신에 남겨진 상처는 아들의 말과는 달랐다. 둔기로 때린 흔적이 있었다. 피가 튄 방향 역시 밀쳐서 생겼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었다. 담당 형사와 상의해 아들을 추궁하면서 증거를 수집해나갔다. 결국 과학수사대의 판단이 옳았다. 이처럼 업무에 특수한 성질이 있다보니 기술의 힘을 빌릴 때가 많다. 그러나 사건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과학수사대 구성원 개개인의 실력이다. 당연히 수사원마다 전문 분야가 있다. 거짓말 탐지기, 최면, 화재, 수중 수사 등이다.

 
▲ 진주를 비롯해 사천, 하동, 남해, 산청, 함양, 거창 등 서부경남지역에서 발생한 각종 범죄의 감식을 맡고 있는 경남경찰청 서부권광역과학수사팀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황 팀장은 “이전에는 중요 사건도 혼자 가서 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요즘은 현장에 기본 2인 1조로 나간다. 경력 차이도 있지만 사건을 보는 시각이라든지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경남경찰청은 중부·동부·서부·남부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광역수사팀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 서부경남지역을 담당하는 서부광역수사팀의 총 인력은 17명. 1~2년에서 5년 이상 경력의 수사원들로 구성돼 있다. 5년차를 맞는다는 그는 사명감과 직업의식에 무게를 뒀다. 황 팀장은 “사건 현장은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 없다”며 “이 일이 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도 감당이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현장 진입, 감염, 질병 등 때마다 고비를 맞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고된 일이지만 보람과 희열을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찾아낸 증거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 그때다. 팀 스스로를 ‘멀티팀’으로 소개한 황 팀장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우리는 밤이나 낮이나,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기를 쓰고 증거를 잡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범죄 피해자의 가슴에 남은 한을 지우려면, 피의자에게 마땅한 처벌이 내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학수사대의 존재 이유다.”


 
▲ 황찬원 경남경찰청 서부권광역과학수사팀장

서부권광역과학수사팀 황찬원 경위 인터뷰
“한 번쯤 꿈꿀만한 곳, 현장에서 삶을 느낀다”


-과학수사팀 업무 경력은
▲총 24년 근무 중 5년을 서부권광역과학수사팀에서 보냈다. 지역 본서에서도 근무를 오래 했다. 근무 기간에 비하면 아주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동안 인생을 배웠다.

-과학수사대 채용 방법은
▲우리 팀은 총 17명이다. 경찰 15명에 검시관 2명이다. 과학수사대가 외부에 잘 알려져 있는 만큼 허구가 있는 부분도 있다. 우선 과학수사를 하려면 형사 사건 등 타 부서의 지식을 쌓고 들어오는 것이 좋다. 채용 분야는 화재안전, 생체증거 등으로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것이 좋겠다. 검시관의 경우 일반 경찰관에 속하지 않는다. 관련 대학원 석사 이상 특채로 선발한다.

-업무 도중 가장 주의하는 점은
▲상세한 수사 내용을 제외하면…다소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파상풍이나 전염 질병이다. 현장에 나갔을 때 감염 등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현장이 있나
▲노인 분들이 범죄 피해자일 때. 부모님 생각에 하나라도 더 찾으려고들 노력한다. 최근 사건 중에서는 지난해 묻지마 살인(강남동 인력사무소 흉기 난동). 아침 일찍 나와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 안타까웠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이나 고독사에서는 그들(피해자) 삶의 고단함을 느낀다.

-현장감식수사원의 애로사항이라면
▲혐오스러운 광경이나 바쁜 업무라고들 생각하겠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현장 훼손이다. 순간적인 욕심에 고가 품목을 훔쳐가는 등 행위로 현장이 흐트러진다. 결정적인 증거가 사라질 수도 있고, 흔적이 뒤섞여 감식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과학수사대 일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과가 중요하지만 특히 과학수사대는 한 번쯤 거쳐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도 됐다. 전공 분야를 업무와 접목시킨다는 점도 장점이다. 요즘은 국내 외에도 해외서 공조요청이 오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경험을 쌓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본다. 또 세월이 지나면 기술이 발전하고, 그에 따라 스스로를 단련시키기에 좋을 것이다. 호기심과 객기만으로 도전할 일은 아니다. 다만 모든 증거가 과학수사로부터 나온다는 것, 흥미로운 사실이지 않나. 현장감식수사원이야 말로 젊은이들의 꿈에 꼭 어울리는 일이라고 본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경남경찰청 과학수사팀 경찰이 범행 현장 증거물에서 채취한 지문을 살펴보고 있다.
경남경찰청 서부권광역수사팀이 변사체가 발견된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남경찰청
과학수사팀 경찰이 절도사건 현장에서 가져온 증거물에 형광분말을 이용해 지문채취작업을 하고 있다.
과학수사팀 경찰이 절도사건 현장에서 가져온 증거물에 형광분말을 이용해 지문채취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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