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논, 밭두렁 및 쓰레기 태우기 이제는 안 됩니다
[경일포럼] 논, 밭두렁 및 쓰레기 태우기 이제는 안 됩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6.04.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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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농학박사·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해마다 4월이면 중국발 황사에 건조한 날씨로 대형 산불 소식까지 곳곳에서 들려온다. 올해는 특히 산불과 관련된 징크스까지 겹쳐 걱정을 더하고 있다. 기존 산불발생 통계분석 결과, 짝수 해이자 동시에 선거가 있는 해에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 왔다. 2016년이며 총선이 있는 올해, 혹여 그 징크스가 힘을 발휘할까 우려되는 만큼 산불조심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산불 위험이 가장 높은 3월 초순부터 4월 하순까지는 연간 대형 산불의 75%가 발생하는 ‘마(魔)의 기간’이다. 최근 10년간 400ha 이상의 재난성 대형 산불을 비롯, 피해면적 30ha 이상의 대형 산불은 모두 이 기간에 발생했다.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의 주요 원인을 분석한 결과,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이 30%, 담뱃불 실화가 6%, 성묘객 실화가 4%, 어린이 불장난이 1%, 그 밖의 원인이 19%를 차지했다고 한다.

산불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인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은 사실 그동안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논·밭두렁을 태울 경우 해충이 죽을 확률은 11%에 그치는 데 반해 이로운 천적은 무려 89%가 죽어 오히려 농사에 불리하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또한 농촌진흥청 연구결과에 따르면 벼 잎을 하얗게 말려 죽이는 흰잎마름병균은 수로에 서식하고, 벼 잎을 갉아먹는 벼물바구미는 산기슭 땅속에서 겨울을 나므로 논·밭두렁 태우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논·밭두렁 태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병해충이 방제되리라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마른 풀과 비닐 등 영농 잔재물을 정리하려는 의도라 볼 수 있다. 이제라도 논·밭두렁 태우기는 병해충 방제효과가 없고, 해로운 벌레보다 이로운 벌레가 더 많이 죽어 농사에 불리하다는 인식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나의 작은 실천이 우리 농촌과 산림을 보호한다는 마음으로 산림 및 그 인접지역에서의 소각행위를 금지하기 바라며,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의 산림 인접지역에서의 소각은 반드시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소각은 마을공동으로 작업하되 바람이 없고 습도가 높은 날 오전에 실시해야 한다.

2014년 논·밭두렁 및 쓰레기 태우기로 인한 산불로 13명의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물론이거니와 실수로 산불을 낸 것이라 해도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과실로 산림에 불을 낸 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허가를 받지 않고 산림이나 산림 인접지역에 불을 피우거나 화기를 가지고 들어간 자에게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만큼 산불이 주는 피해는 매우 큰 것임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해마다 크고 작은 산불로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원인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설마’, ‘나 하나쯤이야’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작은 부주의로 대형 참사가 발생한다면 일을 그르친 다음 아무리 뉘우쳐도 소용없는 사후약방문이 될 것이다. 오늘이라도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거는 안부전화에 건강만 여쭐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와 희망을 작은 불씨 하나로 태우지 않도록 시골의 논·밭두렁을 태우지 말아주십사 당부드리는 건 어떨까.
 
박남창 (농학박사·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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