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초 안타까운 전입학 상담
학년초 안타까운 전입학 상담
  • 경남일보
  • 승인 2016.04.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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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규 (경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유승규
학년초만 되면 전입학 문제로 시끄럽다. ‘전학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놓고 업무 담당자와 학부모가 실랑이하는 모습은 연례행사처럼 돼 버렸다.

“전학은 전 가족 거주이전이 전제돼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못해 극단적 행동을 할 줄도 모릅니다. 책임질 수 있습니까?” 이런 대화를 들을 때마다 안타깝기 짝이 없다. 저 부모도 30, 40대에 인생을 아이에게 모조리 바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0일도 되지 않아 학교를 옮겨야 한다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타 지역 기숙형고등학교 진학자 중 2014년 3월부터 2015년 9월까지 학업 또는 생활 부적응 등으로 원거주지 소재 고등학교로 회귀(전입)한 학생은 257명이나 된다. 이들은 대부분 출신중학교 최상위권 학생으로 추정된다. 원거주지 고등학교로 돌아올 때까지 3개월 동안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경상남도 고등학교 학생전입학처리규정’에 의하면 몇 가지 단서조항이 있지만 3개월 이후에는 회귀(전입)가 가능하다.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청 또는 학교 주관으로 고입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이 부분을 여러 번 사례를 들어 강조했지만, 학년초 안타까운 전입학 상담 숫자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가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더라도 이것저것 직접 비교해보면서 더 나은 것을 선택한다. 그런데 아이의 장래를 결정할 고등학교 선택을 주위의 소문 또는 대학진학과 입시교육이라는 겉포장만 보고 선택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아이가 선택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부모의 필요와 욕망으로 자식을 대상화하는 문제로 우리 아이들은 3개월 아니,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기숙형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최소한 그 학교의 학생들은 어떻게 생활하며 공부하는지, 기숙사 생활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어떻는지 등등 발품을 팔아서 직접 보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 최종 선택은 우리 아이가 해야 한다. 가고 싶은 학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는 것까지만 부모의 몫이다.

중학교에서 진학정보 제공은 매우 중요하다. 학생과 부모가 현명하게 선택해 학년초에 쓸데없는 고민으로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승규 (경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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