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79)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79)
  • 경남일보
  • 승인 2016.04.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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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경남문단에 최근 발표된 소설과 수필들(11)
서한숙 수필가의 첫수필집 ‘사람꽃이 피었습니다’가 나왔다. 서한숙은 진주출생으로 현재 거제문인협회 회장으로 있다.진주 금성초등학교를 나와 경남대, 동국대 대학원을 거쳐 부산대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2002년 ‘한국수필’지로 등단하여 현재 한국문인협회 해양문학 연구위원과 동국문학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길만 길이 아니었다. 사람이 길이었고 사람이 꽃이었다.꽃을 보다가 사람을 떠올리고, 사람을 보다가 꽃을 떠올렸다. 사람과 꽃이 하나의 상으로 맺히기까지 나는 숱한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고 썼다. 스스로의 수필이 사람이 속한 이웃과 그 인생에 대한 성찰임을 말하고 있다.

이번 수필집에는 <해후> 등 37편이 수록되었는데, 필자는 이 <해후>를 10여년 전에 읽은 바 있다. 컴퓨터 편지함에 뜻하지 않게 소꼽친구의 이름자가 들어 있었고, 그 친구는 “한숙아 학교에 가자.”라는 낯익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흘리개 시절 아침이면 대문간에서 들려오던 친구의 목소리였던 것이다.화자는 “그래 00야, 학교에 가자.”로 화답하고 유년의 끊어졌던 다리를 다시 놓으며 이어가다가 30년만에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아침의 시점에 수필은 긴장의 고삐를 당기고 있었다.

필자는 그 작품 속에서 그들이 부르던 교가가 “뒤에 솟은 비봉산이 백두산 줄기”라는 대목을 보았다. 그래 문인협회 모임에서 서작가를 만났을 때 교가의 ‘비봉산’이 어디에 있는 산이냐고 물었더니 진주의 비봉산이고 그때 다녔던 학교는 금성초등학교라고 대답했다.필자는 그 금성초등학교는 일제때의 진주일신여자고보 건물을 인계받은 뜻있는 학교라고 일러 주었다. 지금은 뜯기고 학교는 초전으로 이사나가고 그 자리는 갤러리아 백화점이 들어섰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었다.

제2부에 실린 <아라리오>는 거제의 원신상 시인이 돌아간 내용을 테마로 하는 수필이다. 거가대교를 버스로 건너가고 있을 때 선생의 부음을 문자로 받고 놀랐다는 이야기로부터 수필은 시작된다. 그 이후 대목을 직접 인용해 볼까 한다.

“그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서양 나 아직 안죽었다.’는 말을 곧잘 하곤 했었다. 그것은 소식이 뜸했을 때마다 무심한 나를 일깨우며 저리로 돌아앉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그만의 독특한 해법이었다. 그런 그가 추석 한가위를 이틀 앞두고 귀성길을 떠나는 수많은 사람을 뒤로 한 채 홀로 훠이 훠이 멀어져갔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강을 건너간 것이다.(중략)

허구헌 날 병상만 지키고 있는 삶은 더 이상 살아 있음이 아닌지라 살기 위해 그는 분명 저 너머의 강을 건너갔을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 날인가 습관처럼 전화벨을 울리며 ‘서양’하고 나지막이 부르며 ‘ 나 아직 안 죽었다’고 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어이없이 허물고 다시 나타날 것이다. 이에 맞장구를 치던 나는 그를 깡그리 잊은 채 살다가 ‘예, 저도 아직 멀쩡하게 살아 있어요.’하고 능청을 떨면서 한바탕 크게 웃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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