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구마모토성 훼손
[데스크 칼럼] 구마모토성 훼손
  • 최창민
  • 승인 2016.04.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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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최창민 기자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성은 1607년 가토 기요마사(가등청정)가 축성했다. 도요토미가 쌓은 오사카성, 도쿠가와가 쌓은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 3대 성 중 하나로 꼽힌다. 성 안에 은행나무를 심어 ‘은행나무성’이라고도 한다.

가토가 축성한 구마모토성은 혁신적인 방어설계가 뛰어나고, 장기전도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 난공불락, 철옹성의 상징물이 될 정도로 명성이 높다.

가토는 1593년 2차 진주성전투 시 귀갑차를 몰고 와 진주성을 함락하고, 성을 지키던 민·관·군 6만명을 죽인 왜장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구마모토성을 쌓은 내력이 있다. 전쟁광인 그는 4년 후인 1597년 정유재란 때 울산으로 쳐들어와 조선인을 대거 동원해 울산왜성을 축조한다. 이 성을 기반으로 북진하기 위한 속셈이었다. 하지만 조선·명원연합군이 1597년 12월 울산왜성을 향해 총공세를 펼쳐 이들을 옥죈다. 고립무원이 된 그들은 마실 물과 식량이 떨어져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되자 막장에는 군마의 목을 찔러 피를 마시거나 오줌까지 받아먹으면서 연명한다. 심지어 건물 내 벽지를 뜯어 먹었다고 한다. 결국 전멸 직전, 구원군의 도움으로 목숨만 붙은 채 야반도주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1607년 철옹성 구마모토성을 완성한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물과 군량확보였다. 울산성 전투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위해서였다. 성 안에다가 우물 120개를 팠으며 은행나무를 심고 말도 사육했다. 건물 벽체와 다다미도 고구마줄기를 말려 지었다. 비상 시 군량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구마모토에 말고기가 유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마모토성이 난공불락, 철옹성인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성을 쌓을 때 아래쪽 석축의 기반을 넓게 한 뒤 완만하게 쌓아올려 위쪽으로는 수직에 가깝도록 했다. 적의 접근을 어렵게 한 것이지만 실제는 아소화산의 폭발과 지진이 잦은 구마모토의 연약한 지반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석축 위에 중심건물인 천수각을 밖으로 확장해 건축했다. 피라미드형 석축 위에 적의 접근이 쉽지 않도록 설계한 성곽인 것이다. 이는 2차 진주성전투 시 남강의 지형을 활용해 쌓은 진주성을 본뜬 것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구마모토성은 울산성 전투에서의 참상, 남강을 활용한 진주성의 지형적 특징, 지진과 화산이 잦은 구마모토 지질 환경을 총체적으로 감안해 축성한 것이다. 세이난(서남)전쟁 때 철옹성이 증명된다. 사이고는 1만4000여명의 군대를 이끌고 신정부군 4000명이 지키는 구마모토성을 공격했으나 함락시키지 못하고 물러갔다. 이후 견고한 성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으며 일본 중요 국가문화재로 지정됐다.

16일 새벽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에 강도 7.3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산이 무너져 내리고 가옥이 주저 않았으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지 취재 중이던 국내 언론인도 ‘갑자기 땅이 뒤틀리는 것 같았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 공포감이 들었다’는 르포를 전하기도 했다. 철옹성, 구마모토성도 일부 훼손됐다는 소식이다. 곳곳에 석축이 무너져 내렸고 천수각 지붕의 기와도 떨어져 나갔다. 이번 지진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리 견고한 것일지라도 도도하게 큰 자연의 힘 앞에는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거대한 자연의 순리 앞에 좀 더 겸손하고 겸허해지고 볼일이다.
 
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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