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동물원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동물원
  • 경남일보
  • 승인 2016.04.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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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동물원의 역사는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고학협회의 발표(2010)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집트에서 B.C. 35세기경에 매장된 코끼리, 하마 등 동물의 뼈가 당시 지배층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지배층은 대형동물을 사육하면서 부와 권위를 과시하였을 것이다. 동양에서는 B.C. 1200년경 중국 주나라의 무왕이 정원 안에 대형동물과 조류, 파충류를 사육하고 그곳을 지식원(知識園)이라 명명하였다고 한다.

현대적 의미의 동물원은 19세기에 나타났으며, 이때부터 동물원은 일반 국민들에게 개방되어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창경원이 1909년에 세워진 이래 많은 동물원들이 생겨나고 국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멸종위기 동물의 증식과 보전에서도 동물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3월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한국에 온 판다 1쌍이 국내의 한 동물원에서 4월 중순에 일반에게 공개된다고 한다. 귀여운 외모와 온순한 성격으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판다는 전세계에 2,00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이다. 이번에 들어온 판다는 전담 수의사들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고 있고, 채광 등 자연적 서식 환경을 반영하여 설계된 판다사(舍)에서 생활한다.

한편, 지리산에 복원 중인 멸종위기 동물 반달가슴곰은 올해 삼둥이를 포함한 새끼 5마리를 낳아 44마리의 대가족을 이루었고, 조만간 최소 존속개체군인 50마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리산이 반달가슴곰에게 좋은 서식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동물원의 판다 중 누가 행복할지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달가슴곰처럼 좋은 서식지에서 사는 야생동물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환경부는 반달가슴곰과 여우, 산양 등 멸종위기 동물이 야생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증식·복원사업과 함께 야생생물 보호구역 지정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와 서식 환경 악화로 인해 모든 멸종위기 동물들이 단기간에 좋은 보금자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멸종위기 동물들이 좋은 서식지를 찾을 때까지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데, 동물원이 그 역할을 잘 담당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물원들은 맞이하는 동물 가족들에게 자연 상태와 유사한 서식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동물들의 안타까운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2014년에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의 사육시설 기준을 만들었으며, 국회에서는 동물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는 행복과 고통을 느끼는 동물들을 단순히 눈요깃거리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동물원은 동물들과 교감하며, 동물 보호의 필요성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는 교육의 현장이 되어야 한다. 동물원이 인간과 동물들이 함께 행복한, 상생의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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