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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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6.04.1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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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란 (수필가·경남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교실 강사)
손정란

김훈 소설가의 ‘자전거 여행’ 책머리에 보면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 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고 적혀 있다. 이 글발을 곰곰 궁리해보니 ‘사람들아, 책 좀 사서 읽어라’는 뜻의 말비침이 아닌가 싶다.

지레 채고 이리 훑고 저리 훑어봐도 책은 십 분도 읽지 않으면서 텔레비전이거나 손전화는 몇 시간이고 온 정신을 모아서 본다. 누구라도 책을 읽는다는 것은 참말로 주니내는 일이다. 아무렴 그렇지.

책방에 가리마리 머뭇거리는 사람들아. 사는 게 바빠 책 읽을 겨를이 없다고 하지 마소. 낮에 바쁘면 밤중에 읽고 햇볕이 쨍쨍한 날 바쁘면 흐린 날 읽으면 되지. 이러니저러니 할 것 없이 하루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책방에 들러보면 어떠리오. 거기 책시렁에는 포르르 날아오르는 꿈이 있고, 오소소 돋는 그리움도 있고, 따스하고 이엄이엄한 이야기도 있다. 가슴이 잉큼잉큼하고 아름다운 눈길도 있다.

하루에 한 줄씩 읽어도 좋고 이틀에 한 쪽 읽어도 된다오. 그러다 우연만하면 백 권을 읽으면 더 좋겠지. 뭐 한 권을 읽어도 괜찮고. 찾을모가 있어 혼자 알고 있기에 아깝다 여겨지면 읽은 책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이 책시렁에 등불을 달 수 있게 풋인사라도 나누면 틀지겠다.

한 줄 읽고 딴생각하고 한 장 읽고 딴짓 하지 말고 삶의 뚝기가 되어줄 책 몇 권만큼은 한뉘의 짝으로 생각하여 읽고 또 읽으소. 가분재기로 뜬돈이 생기면 마침몰라 다툼으로 막서고 자리가 높아지면 떠맡는 일이 무거워진다. 그러니 책 읽는 소리가 으뜸으로 해맑고 깨끗하다.

마음 도스르는데 예니레쯤이면 될라나. 언제 거니채고 잰걸음으로 책방에 가려오. 보이소. 흥이야 항이야 하면서 훅닥이는 것 같지만 때로는 우리 가슴에 모닥불을 지피기도 하고 물 옹당이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오. 가슴으로 글을 보듬어 키우는 사람들과 함께 나를 찾는 시간이지. 다문다문 낯선 얼굴에 쟁인 글이 촘촘하고 말마투리가 있으니. 하늘에 구름 가고 산가지에 바람이듯 그저 살아가는 그대로 곰삭은 속내평을 꺼내 술술 글로 쓰고 자신을 찾으려는 애씀이 짚인다오.

손정란 (수필가·경남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교실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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