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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80)<140>경남문단에 최근 발표된 소설과 수필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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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21  22: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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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은 좋은 수필로는 서현복의 수필집 ‘조각보의 꿈’이 으뜸이다. 수필가 서현복은 1990년 월간 ‘수필문학’을 통해 등단하였다. 가향문학회 동인, 경남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펜클럽한국본부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수필집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다듬이 소리>, <고가에 와서 옛담을 보니>, <조각보의 꿈>, <명절 풍속도>, <폐백음식을 만들며>, <석류와 함지박>, <마음으로 그리는 고향 옛집> 등 전통의 정서와 미학에 연결되어 있는 작품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정목일 수필가는 이를 눈여겨 보고 <한국 여인의 삶과 전통미학>이라는 제목으로 해설을 쓰고 있다. 그 해설에서 “서현복의 수필에선 삶의 기록에 그치지 않는 민족의 메시지가 있다. 한국의 전통미학, 한국여성의 부덕, 전통예절과 문화의 숨결이 흐른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그 중에서 <조각보의 꿈>과 <폐백음식을 만들며> 두 편을 주목한다. 이 두 편은 문장에 있어서나 정서를 녹여내는 면에 있어서나 전통의 감각 찾기 면에 있어서나 한국수필의 백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각보의 꿈>은 화자가 막내딸 시집을 보내고 비로소 화자 소유의 방을 차지하게 되어 고가구 양식의 책장을 사들이고 전통장롱에다 친정어머니가 만든 조각보를 적절히 배치하는 등의 방 꾸미기를 하면서 어머니의 조각보에 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작품의 대강이다.

수필의 짜임도 완결편으로 읽힌다. 어머니의 생전에 조각보 바느질을 하는 모습을 말하고, 조각보를 만드는 일이 ‘복 짓는 일’이라는 선조들의 이야기로 규방 예술품의 진수가 조각보임을 풀어낸다. 그리고 어머니가 만들어준 그 조각보를 대물림하여 딸네들 집에 고루 나누어 준 것에 대한 보람을 말한다.

<폐백음식을 만들며>는 깊어가는 겨울밤 홀로 깨어 친구의 딸 혼사에 쓸 예단음식을 만드는 이야기다. 자기집 혼사에 쓸 것이 아니라 친구의 딸 혼사에 쓸 폐백음식이니 전통의 두레계를 연상케 하는 음식 만들기다. 그 일단을 한 대목으로 읽는 것이 좋을 듯하다.

“첫 일손은 때깔 곱고 모양새 고른 붉은 대추를 굵은 무명실에 꿰는 일이다. 함지에 담아 놓은 실팍지고 윤나는 알밤들을 에워싸듯이 가장자리부터 빙 둘러가며 실에 꿴 대추로 울타리를 엮는다. 꼭지를 뗀 자리에 잣을 끼우니 대추와 잣의 홍백 대비가 돋보인다. 원삼 족두리에 곱게 치장한 신부가 시어른께 큰 절 올릴 때 꼭 있어야 할 음식이다. 자손 번창을 당부하며 새 며느리 다홍치마 자락에 던져질 귀한 과실이기에 흠 없는 것으로 공들여서 담아낸다.

곶감은 손 끝으로 살살 매만져서 씨를 뺀 연후에 칼금을 넣는다. 위아래로 엇바꿔 가며 접으면 하얗게 핀 분 사이로 곶감의 속살이 드러날 듯 말 듯 국화꽃잎 모양이 된다. 건포도와 잣으로 꽃술을 박고 이파리 모양을 곁들여서 구절판 한 칸을 꾸민다.“

작품 전체가 우리말이 갖는 맛을 드러내며 그 다음 순서를 좇아 들어가는 것이 무기교의 기교로서 현란하다. 참 좋은 수필에서는 이렇게 잊혀져 가는 전통이 되살아나 그 격이 있다는 것, 그 보이지 않는 맥이 흐른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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