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기자 출신 김창희가 쓴 ‘통영과 아버지’
전직 기자 출신 김창희가 쓴 ‘통영과 아버지’
  • 곽동민
  • 승인 2016.04.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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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기자로서 이제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는 어느 날 집 안 구석에서 낯선 상자를 발견한다. 그 안에는 자신이 아홉 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필름 꾸러미가 들어 있었다. 그날 어머니는 아버지가 생전에 작성한 수첩들을 전해주었다. 50년 동안 아버지의 존재를 잊고 살았던 그에게 그 수첩과 사진은 아버지의 삶을 한 편의 글로 복원하도록 이끌었다.

그렇게 해서 엮어낸 이 책에는 아버지가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냈던 1950년대 중후반 남쪽 바다 통영의 정겨운 풍경이 담겨 있는가 하면, 아버지와 함께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해방 전후의 일상사가 생생하게 실려 있다. 한 개인의 인생사 또는 한 가족의 사적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다채롭고 큰 울림을 선사하는 이 책은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를 반추하게 만들고, 궁극으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할 것이다.

20년 넘게 신문기자로 활동했던 이 책의 저자 김창희, 그에게 이런 생각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오래도록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추적하며 글로 옮겼던 그에게 아버지의 유품은 이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삶을 반추할 필연의 계기가 되어준다. 그렇게 그는 50년의 시간을 거슬러 남쪽 바닷가, 아버지가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냈던 통영으로 떠날 계획을 품는다.

누구나 인생을 통틀어 전성기라 할 만한 시절이 있지 않은가. 고인에게서 직접 들을 수는 없으나, 저자는 아버지의 전성기를 통영 시절로 확신한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직업다운 직업을 가졌고, 결혼을 했으며, 첫아이까지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또한 아버지가 사진과 메모 등 가장 많은 기록을 남긴 것도 바로 1953년부터 1959년까지의 통영 시절이었다. 저자가 이 책의 절반 이상을 통영에 할애하고, 책의 구성을 통영에서 시작해 통영으로 끝맺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고 박경리 작가가 ‘한국의 나폴리’라고 예찬할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라 불리는 통영. 이 책에는 1950년대 중후반 통영의 모습이 100여 점의 사진으로 다양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이 아버지의 카메라 파인더에 잡힌 통영의 풍경과 사람들 하나하나를 아버지와 같은 시선으로 살펴보며, 때로는 잔잔한 웃음을, 때로는 향수 어린 애수의 감회를 전한다. 그리고 이들 사진과 이야기의 중심에 모두 아버지가 자리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는 아버지가 통영을 떠나기에 앞서 카메라를 들고 찾았던 장소로 가서 다시금 아버지와 같은 시선으로 통영을 바라보며 이 책을 맺는다.


곽동민기자 dmkwak@gnnews.co.kr



 
김창희 아버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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